[만물상] 하버드 출신의 금메달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흔한 미국에서도 개브리엘 토머스는 특별한 사례다. 명문 하버드대 출신으로 파리 올림픽 여자 육상 2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 단거리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경쟁이 격심한 분야다. 하버드 전공도 학사는 신경생물학·국제보건학이고, 석사는 공중보건학(텍사스대)이다.
▶하버드대 2학년 때 수업 외에 인턴십, 클럽 활동까지 할 일이 쌓여가자 육상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한다. 공부가 늘 우선이고, 육상은 그다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 냈다. 늘 잠이 부족했다. 대학원을 고를 때도 학문적 수준이 높으면서 가까운 곳에 육상 훈련 팀이 있는 곳을 택했다. 최근까지도 건강 클리닉에서 고혈압 환자 건강 관리 등 주 10시간 일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건강 클리닉에서 일할 땐 육상 훈련이 기대되고, 훈련에서 돌아오면 다시 완전히 다른 일에 집중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어머니 제니퍼 랜들 교수였다.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대학교수가 되는 꿈을 이뤘다. 그는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면서 자랐다”며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엄마가 보여줬다”고 말한다. 엄마는 늘 바쁜 딸에게 “그다음엔 뭘 할 거니? 흑인 여성들을 위해 뭘 할 거니?”라고 물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고 전화했을 땐 엄마는 “멋지다. (그런데) 수업은 언제 시작하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남자 피겨 금메달을 따낸 미국의 네이선 첸은 통계학·데이터과학 전공으로 2018년 예일대에 입학했다. 오전 수업을 듣고, 교내 링크장에서 90분간 피겨 훈련을 한 뒤, 인근 지역 링크장으로 이동해 90분 더 훈련하고, 저녁에 학교로 돌아와 토론에 참여하고 숙제하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 국제 대회가 있으면 출전하고 돌아와 중간고사를 치렀다. 올림픽을 본격 준비하는 동안에는 휴학을 했지만, 복학 후 공부할 교과서를 미리 읽었다. 그는 힘든 대학 생활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다.
▶토머스는 대학 생활을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고, 스포츠에선 자신감과 회복력을 얻었다고 한다. 그것이 다른 일에도 적용됐다고 한다.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 공부와 스포츠가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진짜로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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