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효력 정지' 법원 결정에 본회의 중 의사봉 놓은 울산시의장
후반기 첫 본회의 중 이성룡 의장 지위 잃어…부의장 직무대리 체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법원이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부의장이 직무대리로 의장직을 수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법원 결정이 내려진 9일은 시의회가 후반기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본회의를 개최한 날인데, 개회를 선언했던 의장이 회의 중간에 지위를 잃으면서 부의장이 의사봉을 이어받아 회의를 진행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울산지법 행정1부(한정훈 부장판사)는 안수일 울산시의원이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성룡 시의원을 제8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한 효력을 이날부터 본안 판결 선고일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분쟁은 지난 6월 25일 치러진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비롯됐다.
당시 시의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이 의원과 안 의원이 출마한 가운데 의장 선거가 치러졌는데, 1·2차에 걸친 두 차례 투표에서 재적의원 22명이 정확히 11대 11로 나뉘어 두 후보를 지지했다.
이어진 3차 결선 투표에서도 여전히 11대 11이 나왔는데, 이때 이 후보를 뽑은 투표지 중 기표란에 기표가 두 번 된 1장이 발견됐다.
회의를 주재한 김기환 전반기 의장은 "같은 이름에 두 번을 찍은 투표지가 나와 유효인지, 무효인지를 울산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는데, 유효하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결선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울산시의회 회의 규칙 조항에 따라 3선의 이 의원이 재선인 안 의원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선거 이튿날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에 따르면 기표가 2개 된 투표지는 무효"라면서 "무효표가 유효표로 둔갑해 선거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 주장을 근거로 의장 선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안 판결 때까지 의장 선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고, 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가처분 인용 결정 효력이 발휘되는 이날 오후부터 이 의원은 의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고, 지방자치법에 따라 김종섭 제1 부의장의 직무대리로 시의회를 이끌게 됐다.
의회사무처에 따르면 부의장은 의회 대표, 의사 정리, 의회사무 감독 등 의장의 직무를 대리한다.
원칙상 의장직 수행을 위해 제공되는 시설·물품·인력 등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의전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의장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의장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수도 있다.
시의회는 의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간 계파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7월 후반기 의정활동이 시작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본회의를 한차례도 열지 못하는 등 사실상 의회 기능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내부 갈등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원 구성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9일 후반기 첫 본회의를 열었는데, 하필 회의 중에 의장 선출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의장으로서 개회를 선언했던 이 의원은,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을 위한 정회 중에 법원 결정을 접하고 의장석에 다시 서지 못했다.
이날 처리 예정이었던 8개 안건 중 4개 안건은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김 부의장은 의장 직무대리로서 산회를 선포했고, 오는 1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나머지 4개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결국 안 의원이 제기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의회는 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자리싸움에 시작된 시의회 파행의 피해가 오롯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을 시의회는 면하기 어렵게 됐다.
hkm@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코미디언 김병만 가정폭력으로 송치…검찰 "수사 막바지" | 연합뉴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사망…"친구가 자택서 발견"(종합) | 연합뉴스
- [영상] "너무아프다" "드럽게 못난 형"…배우 송재림 비보에 SNS '먹먹' | 연합뉴스
- 3번째 음주운전 '장군의 아들' 배우 박상민 징역형 집행유예 | 연합뉴스
- [인터뷰] "중년 여성도 젤 사러 와…내몸 긍정하는 이 많아지길"(종합) | 연합뉴스
- 멜라니아 "트럼프 사귈때 '골드디거' 뒷말…나도 잘나간 모델" | 연합뉴스
- 차에 치인 고양이 구조 요청하자 현장서 죽인 구청 용역업체 | 연합뉴스
- 8년 복역 출소 5개월만에 또…성폭행 40대 이번엔 징역 15년 | 연합뉴스
- '선우은숙 친언니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첫 재판서 "혐의 부인" | 연합뉴스
- 고교 화장실 불법촬영 10대 징역 6년…교사노조 "엄중 판결"(종합)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