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만번의 발차기… 세계 24등의 ‘금빛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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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한 번 할 때마다 발차기를 1만 번씩 한 것 같다. 매일 운동하러 갈 때마다 지옥길을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
9일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유진(24)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유진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유진의 세계 랭킹이 24위까지 떨어진 건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당한 무릎 부상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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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한 번 할 때마다 발차기를 1만 번씩 한 것 같다. 매일 운동하러 갈 때마다 지옥길을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
9일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유진(24)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은 이날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2위)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날 김유진은 ‘도장 깨기’를 하듯 체급 상위 랭커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16강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8강에선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눌렀다. 준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뤄쭝스(중국)를 2-1로 꺾었다.
김유진은 뤄쭝스와의 준결승 1라운드를 7-0으로 이겼지만 2라운드는 1-7로 내줬다. 이번 올림픽 경기를 통틀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라운드였다. 전세가 자칫 뤄쭝스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김유진은 “지금까지 훈련해 온 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그 힘든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겨야겠기에 더 악착같이 발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3라운드 초반부터 3점짜리 머리 공격을 세 차례나 성공시키며 결국 10-3으로 승리했다.
김유진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이 낮아 이번 올림픽에 어렵게 출전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체급 랭킹 5위 이내 선수들에겐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준다. 5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국내 선발전과 아시아 대륙 선발전을 따로 거쳐야 한다. 김유진은 이를 모두 거쳐 파리행 막차 티켓을 손에 쥐었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김유진의 세계 랭킹이 24위까지 떨어진 건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당한 무릎 부상의 영향이 컸다. 이후 1년가량 재활 치료에 매달리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 길을 돌아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하루 전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준(20)은 “유진이 누나가 경기하기 전에 내가 미트를 들고 맞춰줬는데 몸 상태가 정말 좋아 보였다”고 했다. 김유진 역시 “오늘 몸을 푸는데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몸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 ‘일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김유진이 여덟 살 때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며 태권도를 시켰다고 한다. 김유진은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 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올림픽 별거 아니야. 너희도 할 수 있어.”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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