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12년 만에 올림픽 동메달 목에 건 사연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2년 만에 올림픽 동메달을 돌려받은 전상균(43)씨가 이처럼 말했다. 전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초청을 받아 9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파크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전씨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씨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 역도 105㎏+급에 출전해 4위에 자리했다. 당시 동메달은 러시아의 루슬란 알베고프에게 돌아갔다. 전씨는 “전에 본 적이 없는 러시아 선수가 갑자기 입상했었다”며 “그 선수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궁금했다”고 했다. 알베고프는 당시에는 도핑 테스트를 통과했으나, 2017년 실시한 검사에서 금지 약물 복용이 발각됐다. 국제역도연맹(IWF)은 알베고프의 공식 기록들을 최근부터 시간 순으로 삭제해 나가는 데 7년이 걸렸고, 지난 3월 런던 올림픽 3위 기록도 박탈하면서 전씨에게 동메달이 주어졌다.
전씨는 은퇴 후 소속팀이었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전씨는 일과를 마치고 체력단련실에 가서 동료들이 역기를 드는 모습을 봐주고, 무거운 자재들을 들 때 자세를 교정해주는 등 선수로서 특성을 살려 직장에 녹아들었다. 뉴욕타임스는 ‘뒤늦은 메달로 올림픽의 가슴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로 전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전씨는 이 기사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는 잠시 황홀한 기분이 들었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고 했다.
전상균씨의 딸도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을 꾸고 있다. 17세 전희수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역기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엔 전국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76㎏급에 나서서 합계 233㎏을 들어 올리면서 학생 전국 기록을 경신했다. 전씨는 “딸이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전씨는 “올림픽은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피땀 흘리며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내 이야기가 타산지석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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