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딴 女선수, 갑자기 한국식 큰절…덕분에 주목받은 K코치
22년째 감독 맡아 시스템 구축
웡파타나낏 2연패 이끌어
최근엔 태국 국적도 취득해
◆ 2024 파리올림픽 ◆
지난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에 나선 파니팍 옹파타나낏(태국)이 중국의 궈칭을 라운드 점수 2대1로 제압하고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금메달 기쁨을 홀로 만끽하던 옹파타나낏은 곧장 한켠에 있던 최영석 감독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제자가 전한 감사인사에 최 감독도 함께 맞절을 했고, 경기장 안의 태국 관중들은 어느 때보다 큰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옹파타나낏은 최 감독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제자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옹파타나낏은 은퇴를 선언했다. 최 감독은 “옹파타나낏이 13세였을 때부터 함께 지냈다. 태국 대표팀은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거의 대부분 합숙한다. 가족처럼 지냈기에 파니팍이 올림픽 2연패를 이루고 은퇴해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옹파타나낏의 올림픽 2연패 준비 과정에 대해 최 감독은 “도쿄올림픽 준비할 때보다 더 힘들었다. 금메달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어서 선수가 가졌던 부담이 컸다. 그래도 올림픽이 아니라 일반 대회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경기에 나서라고 했고, 올림픽 2연패를 이뤄 대견스러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올림픽만 6차례 지도자로 나서 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인 ‘태국 태권도 대부’다. 풍생고 태권도팀 코치를 하던 중 2002년 8개월 단기 계약으로 태국에 갔던 최 감독은 어느새 태국 생활을 한 지 22년째를 맞이했다. 엄격하면서 강한 훈련에 태국에서 ‘타이거 최’라는 별명을 얻은 최 감독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이끌면서 태국 영웅으로 떠올랐다.
태국 태권도대표팀 시스템을 만든 것도 최 감독의 작품이다. 최 감독은 “처음 태국 대표팀에는 등급이 낮은 노란띠, 파란띠인 선수도 있었다. 현재는 태권도 전용 훈련장에 주니어, 성인대표팀이 함께 훈련하면서 성과를 낸 주니어 선수가 곧장 성인대표팀에서도 뛸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태국 와서 사실 몇 번 포기하기도 싶었지만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돼라는 모친의 말대로 태국인들에게 많은 행복을 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향후 꿈으로 최 감독은 “태국 태권도 인구를 200만~300만명까지 키워 태권도 전용 아카데미를 구축하고 싶다. 태국 태권도를 잘 키워 훗날 한국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교 역할을 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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