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서건우, 시스템 오류 후 '판정 번복'에 기사회생

박재연 기자 2024. 8. 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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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우의 2라운드 승리가 인정됐습니다.

라운드 승자가 발표된 이후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부분도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게 WT 측 설명입니다.

우승 후보로 언급되다가 첫판부터 패배 직전까지 간 서건우는 심기일전해 3라운드를 14-1로 완승했습니다.

서건우를 울고 웃게 한 라운드 동점 시 기준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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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전에 출전한 한국 서건우와 칠레 호아킨 추르칠과의 경기 2라운드에서 주심이 서건우의 2라운드 패배를 선언하자 항의하고 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서건우(한국체대)가 판정 시스템 오작동으로 하마터면 2024 파리 올림픽 첫판에서 쓴맛을 볼 뻔했습니다.

태권도 경기에서 라운드 동점 시 승자를 가리려 각종 경기 지표를 계산할 때 일부 항목의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건우(세계랭킹 4위)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24위)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습니다.

그야말로 진땀승이었습니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 34초 전 6-15까지 밀렸습니다.

다급해진 서건우는 매서운 발차기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라운드 종료 13초 전 상대 감점으로 1점을 딴 서건우는 한 차례 감점을 받긴 했지만 이후 회전 몸통 공격(4점)으로 11-16까지 따라갔습니다.

이어 종료 직전 온 힘을 짜내 뒤차기를 시도한 게 상대 몸통에 맞았습니다.

동시에 추르칠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감점까지 주어지면서 경기가 종료됐습니다.

이때부터 '판정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서건우의 마지막 공격은 처음에 2점으로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때리면 4점을 받아야 합니다.

14-16으로 최종 스코어가 끝난 상황에서 심판진이 장면 검토에 들어갔고, 칠레 코치진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건우가 뒤차기를 한 걸로 인정돼 극적으로 2라운드가 16-16 동점이 됐습니다.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합니다.

각 항목을 검토한 심판진은 처음에는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도 이때 추르칠을 16강전의 승자로 발표됐습니다.

그러자 서건우가 심판에 항의했고, 오혜리 대표팀 코치까지 코트로 뛰어 들어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오 코치는 10초간 경기장 위에서 심판과 본부석을 오가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이에 경기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각 동작과 장면을 따져보며 동점 상황에서 판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재검토했습니다.

이 과정이 길어지자 '정확한 판정을 위함이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장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번복이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전에 출전한 한국 서건우가 칠레 호아킨 안드레스 처칠 마르티네스와 대결하고 있다.

서건우의 2라운드 승리가 인정됐습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 측에 따르면 번복된 판정이 정확합니다.

최초에 회전 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더 우선순위로 설정된 채 판정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서건우가 두 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한 반면 추르칠은 1번에 그쳐 본래 기준대로라면 서건우가 승자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우선순위 설정 오류로 이 부분이 정확히 집계되지 못한 겁니다.

라운드 승자가 발표된 이후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부분도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게 WT 측 설명입니다.

WT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운영 미숙' 상황이 벌어지면 종료 후 30분 안에 결과를 다시 발표할 수 있습니다.

우승 후보로 언급되다가 첫판부터 패배 직전까지 간 서건우는 심기일전해 3라운드를 14-1로 완승했습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굳은 얼굴로 나타난 서건우는 긴장이 풀렸는지 한숨을 푹 쉬며 웃었습니다.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판정 번복으로 쓴맛을 본 추르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습니다.

칠레 대표팀 관계자는 본부석에 가서 문의해야겠다며 관중석으로 설치된 가변석 쪽에서 경기장으로 넘어가려다가 보안 요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태권도에서 이같이 라운드 동점 상황과 관련한 논란이 생긴 건 파리 대회가 처음입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 때는 지금과 같은 3판 2승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3라운드까지 점수가 계속 쌓였고,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우 연장전으로 4라운드를 치러 먼저 두 점을 뽑는 선수를 승자로 인정했습니다.

이른바 '골든 포인트제'가 시행됐습니다.

WT는 2022년부터 이 방식을 버리고 라운드가 끝나면 다시 0-0부터 시작하는 현행 제도를 채택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라운드마다 승패를 가려 먼저 2승을 따도록 한 겁니다.

서건우를 울고 웃게 한 라운드 동점 시 기준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박재연 기자 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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