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충전이면 가능?”·“탁상행정 끝판왕”…충전율 90% 초과車 서울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논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충전율 90% 이상인지 어떻게 확인하죠? 탁상행정 끝판왕이네.”
“아파트 공화국에서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라니. 전기차 포비아(공포)를 넘어 멸망 수준으로 가는 것 아닌가요.”
“충전 89%만 하면 출입 가능하단 말인가요?”
서울시가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이 90%를 넘어서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는 등 과충전을 방지하는 대책을 추진하다는 소식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서울시는 완충에 가깝도록 충전된 차량의 출입을 막아 혹시 모를 화재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차 화재는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과도한 충전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 유지와 화재 예방을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시는 우선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이란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주거생활의 질서유지와 입주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동주택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본규칙이다.
시·도지사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표준이 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고 있으며, 준칙이 개정·배포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준칙을 참고해 자기 단지에 알맞도록 관리규약을 정하게 된다.
시는 준칙 개정 전이라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자체적으로 지하주차장 내 90% 충전제한 차량만 출입을 허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또 ‘충전제한 인증서(가칭)’ 제도를 도입해 90% 충전제한을 설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율 제한 방법은 ▷전기차 제조사의 내구성능·안전 마진 설정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 설정 등 2가지로 나뉜다.
내구성능·안전 마진은 전기차 제조사에서 출고 때부터 배터리 내구성능 향상 등을 위해 충전 일부 구간(3∼5%)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구간을 말한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하면 실제로는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할 수 있으나 차량 계기판에는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가 직접 차량 내부의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90%·80% 등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구조다.
예컨대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한 전기차에 소유자가 목표 충전율을 80%로 설정하면 실질적으로는 배터리의 72%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목표 충전율의 경우 전기차 소유주가 언제든 설정을 바꿀 수 있어 90% 충전 제한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어렵다.
이에 시는 전기차 소유주가 요청할 경우 제조사에서 90% 충전 제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충전 제한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시에서 인증을 해주는 것은 아직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 제조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규약을 통한 지하주차장 출입 제한은 강제성이 없는 데다, 전기차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나서 충전율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전율 제한은 주행거리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전기차 소유주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준칙을 따르라고 강제할 순 없지만, 각종 인센티브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간접적인 불이익을 줄 순 있다”며 “전기차 화재로 많은 입주민이 불안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자발적인 참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다음 달부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내 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에 ‘80% 충전 제한'을 시범 적용하고 향후 민간 사업자 급속충전기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 완속충전기인데, 완속충전기는 충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워 자발적 충전제한을 위한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시는 설명했다.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선제적 화재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화재안전조사 등 점검도 강화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서울시내 공동주택 400단지(1000세대 이상 규모) 대해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와 개선사항 등을 다음 달 말까지 긴급 점검한다.
아울러 10월까지 서울시 건축물 심의기준을 개정해 전기차로 인한 대형화재 위험성을 고려한 안전시설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준에는 신축시설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 지상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주차장의 최상층에 설치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전기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은 3대 이하로 격리 방화벽을 구획하고, 주차구역마다 차수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전기차 충전 제한을 통해 전기차 화재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보급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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