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도대체 뭐하고 있나”…사고 열흘째, 차주들 속타는데 묵묵부답
10일만에 자발적 리콜, 2018년 BMW와 비교
환경부 “업체 동의 없이 배터리 정보 공유 어렵다”
국토부 강제 리콜도 8개월여 소요 전망
9일 오후까지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EQE를 비롯한 EQ 브랜드 차종을 구매한 고객들에 대해 점검 공지나 리콜 공지 등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지난 1일 화재 발생 당시 언론에 “화재 원인을 파악중이며 사고 원인 조사 요청이 있을 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화재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새로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차주들은 적어도 자신의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는지 여부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벤츠 측은 이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 등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EQE 차량 약 2600여대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됐다고 밝혔지만, 벤츠 측은 해당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식 인정을 하지 않은 상태다.
벤츠 코리아의 이 같은 대응 방식은 2018년 BMW 차량 화재 당시와 비교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BMW 코리아는 2018년 내연기관 차량들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자 비슷한 상황에 놓인 바 있다. 당시 BMW 코리아는 사고 발생 직후 독일 본사 조사팀과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사건 발생 10일 후 리콜과 후속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통상의 리콜 조사, 계획서 제출, 국토교통부 승인까지 2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에 비하면 빠른 후속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터리 탑재 정보의 키를 쥐고 있는 부처는 환경부다. 현재 환경부는 배터리효율과 재활용성을 토대로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보조금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기차 제조사별 배터리 탑재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다만 보조금 산정을 위해 수집한 것이여서 업체들 동의없인 외부 공개가 어렵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 동의없인 배터리 탑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업체 동의 없이도 이를 공개하기 위해선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매일경제는 정보공개청구포털을 통해 해당 정보를 요청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에서 자발적 리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차주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강제 리콜 조치의 주체인 국토부다. 하지만, 국토부의 리콜 결정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9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의 합동감식 조사 결과를 보고 리콜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또는 자동차 부품이 안전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정부가 제작사에 강제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리콜 결정을 내리려면 화재감식조사, 조사 결과 파악, 결함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결함조사는 통상 문제가 의심되는 부품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동일 배터리를 별도로 확보해 테스트를 한 뒤 그 결과를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기 때문에 수 개월이 걸린다. 2018년 BMW 차량 화재 사고 당시 리콜 조치까지 걸린 기간은 8개월이다.
국토부는 벤츠코리아 측에 사고 차량인 벤츠 EQE에 사용된 중국 파라시스사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3000여 대에 대해 특별 점검을 권고한 상황이다. 사고 차량과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벤츠측은 아직까지 특별점검에 나서진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재감식 조사 결과를 보고 결함조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벤츠코리아에 특별점검을 지시한 만큼 회사 차원의 점검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자체 리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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