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신호탄? 배달업체 만나플러스와 티메프 '불편한 오버랩'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
배달기사 정산금 지급 지연
음식점 점주도 피해 불가피
배달대행 플랫폼 공통 위기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끝내 배달업계로 확산할까. 시장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운영사 만나플래닛)'가 배달기사들에게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선 배달대행 플랫폼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만나플러스는 음식점 점주와 배달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점주가 배달비 명목으로 예치금을 만나플러스에 입금하면 배달이 발생할 때마다 일정 수수료를 떼고 배달기사에게 배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쿠팡) 등 배달앱에서 주문을 하면 점주가 만나플러스에 배달기사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배달앱과는 다르다.[※참고: 일반적으로 배달앱은 자체 배달기사를 통해 배달하는 '자체배달'과 점주가 배달대행 플랫폼을 이용해 배달하는 '가게배달'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만나플러스에서 불길한 징후가 나타난 건 배달기사에게 지급할 '배달비'의 출금가능금액과 시간을 제멋대로 제한한 지난 5월이다. 이 정책적 변화로 일부 배달기사는 배달비를 제때 받지 못했고, 두달 후인 7월 13일 만나플러스가 배달기사들에게 '대금 지연'을 공지하면서 '불길한 징후'는 현실이 됐다.
당시 만나플러스 측은 "정산 대금을 8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한 날짜가 한참 지난 지금까지 배달기사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만나플러스의 모회사인 만나코퍼레이션을 현장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만나플러스의 미정산 대금은 85억원이지만 실제 피해금액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만나플러스는 일평균 1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85억원은 사측이 밝힌 액수일 뿐, 정산 지연이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어 실제 미정산 대금은 훨씬 더 많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건 피해가 배달기사뿐만 아니라 점주에게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언급했듯 만나플러스는 점주로부터 예치금을 먼저 받고, 이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불안감을 느낀 점주들이 남은 예치금의 환불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나플러스에 자금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로 만나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9억원으로 전년(141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63억원, 2023년 -54억원으로 이태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총계 역시 -87억원으로 2022년 이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특수를 누렸던 배달시장이 위축한 데다, 배민‧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들이 '자체배달' 비중을 늘린 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3년 론칭한 자동배차 서비스, 포스(POS) 솔루션 'MOM포스' 등 신사업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만나플러스만은 아니란 점이다. 또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인 '바로고' '생각대로(로지올)' 등도 지난해 각각 166억원, 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배달기사에게 정산 대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넘쳐나는 건 제도의 미비 때문"이라면서 "국토교통부는 배달대행사 등록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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