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국민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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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윤석열 대통령은 4박5일의 여름휴가를 마무리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내세우며 당선됐고, 당선 뒤 '국민 눈높이', '미래'를 강조하며 용산과의 차별화를 천명하자 이러한 관측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강조한 국민 눈높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한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한 제동 등 '용산과 각세우기'를 전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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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윤석열 대통령은 4박5일의 여름휴가를 마무리했다. 휴가를 통한 내수 진작을 강조한다는 취지로 전통시장을 찾거나,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는 윤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파행을 빚었던 새만금 잼버리 관련 현안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거나,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넘긴 날(2023년 8월2일)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수차례 통화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던 지난해와 뚜렷이 대비되는 ‘조용한’ 여름휴가였다.
윤 대통령은 ‘숙제’를 일부 해놓고 휴가에 들어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 부인 김건희 여사를 공식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 공식화(7월30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7월31일) 등이 휴가 전에 해놓은 숙제다.
특히 한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이 눈길을 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7월23일) 이후 정치권은 4·10 총선을 거치며 신뢰가 깨진 두 사람의 관계 탓에 ‘윤-한 갈등’이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내세우며 당선됐고, 당선 뒤 ‘국민 눈높이’, ‘미래’를 강조하며 용산과의 차별화를 천명하자 이러한 관측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회동은 관계 개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회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언론에 ‘화합’을 강조하느라 애를 썼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은 ‘휴전’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실을 겨냥한 특검법 추진과 상임위원회 청문회 등으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는 거대 야당이라는 ‘적’에 맞서 일단 손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서 돌려보내더라도 8석의 여권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에서 가결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당정 갈등을 피해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야당이 저렇게 몰아붙이는데 당정 갈등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관심은 윤 대통령이 휴가 복귀 뒤 마주해야 할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두 사람이 언제까지 휴전을 유지할지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강조한 국민 눈높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한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한 제동 등 ‘용산과 각세우기’를 전제하고 있다. 특히 한 대표는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이 포함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3자가 특검 후보 추천’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두 차례 행사한 윤 대통령 입장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휴가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은 다음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 4법’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거부권 정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금까지 용산에 침묵하는 한 대표를 향해 야당은 ‘3자 추천 특검법’을 제시하라고 압박하며 세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8일 발의했다. 두 사람이 얼마나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 할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비슷한 시험 문제는 앞으로 계속 출제될 것이다. 중요한 건 두 사람 중 하나라도 변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둘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승준 정치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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