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수익 年 8% 넘어야 연금지출 감당···개혁 서둘러야"
보험료율 9%·수익률 8.2%때
적립금으로 2093년까지 버텨
공단 5년 목표 수익률은 5.4%
"수익·보험료율 함께 높여가야"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연기금 수익률이 매년 8%를 넘겨야 연금 지출액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연금 창설 이후 평균 수익률이 5.92%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수익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모수 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조정) 없이 연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대서는 연금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만큼 개혁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기금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9%인 현행 보험료율 유지 시 연평균 8.21%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면 2093년까지 버틸 수 있는 것(적립배율 1배)으로 조사됐다. 2093년 이후 적립금을 모두 소진한다는 뜻이다.
적립배율은 적립금 규모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연금 재정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로 일본·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연기금 적립배율 2~6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연금을 운영한다. 한국의 지난해 기준 적립배율은 25배 이상이지만 고령화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2055년에는 적립금이 고갈(수익률 4.5% 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뒤집어 보면 4.5%인 수익률을 8.2%까지 올리면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도 2093년까지 지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고 재정 고갈을 막는 데 필요한 기금 수익률 수준(8.21%)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5월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4차 회의에서 향후 5년간 기금 목표 수익률을 5.4%로 확정했다.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익률보다 2.8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전망을 추계하면서 사용한 연평균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은 4.5%다.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을 높이기 어려워지는 데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숙할수록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좋은 실적을 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희망을 전제로 추계할 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1대 국회 말 여야가 합의한 대로 보험료율을 현행보다 4%포인트 높은 13%로 인상해도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 수익률은 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의 목표 수익률보다 1.2%포인트, 복지부가 재정 추계에 사용한 기준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치다.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 보험료만 13%로 높이더라도 추가적인 재정 안정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율 13%가 장기 재정 균형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추가적인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기금 수익률에만 의존해서는 재정 안정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으로 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연금연구원 역시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기여와 급여 간 불균형 구조가 장기간 개선되지 못해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연금 개혁 과정에서) 제도와 기금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금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22대 국회는 개원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연금 개혁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정부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모수 개혁뿐 아니라 구조 개혁도 함께 다루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자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권이 개혁 논의를 미룰수록 재정 부담은 커지는 형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계에 따르면 연금 개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연금 재정 부족분은 약 1425억 원씩 증가한다.
세종=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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