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입사한 지 4년 만에 구로역서 30대 정규직 사망

9일 오전 작업 차량 두 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철도 관계자들이 사고 차량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작업용 차량끼리의 충돌로 전기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노조는 작업자를 위한 안전 반경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9일 고용노동부와 코레일 등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2시21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역에서 전철보수장비인 ‘모터카’ 작업대와 바로 옆 선로를 지나던 선로점검차가 충돌했다. 이로 인해 약 4m 높이 모터카 작업대에 올라 현수애자(전선과 그 지지물의 사이를 절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구)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추락해, 30대 노동자 2명은 숨졌고 40대 노동자 1명은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모두 코레일 소속 정규직 노동자로 숨진 노동자는 각각 입사 7년차와 4년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의 원인을 두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인접 선로의 열차 운행이 통제되지 않는 등 노동자들의 안전한 작업반경이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한겨레에 “작업이 이뤄지는 선로만 차단할 뿐 그 옆 선로를 차단하는 규정은 없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모터카는 2022년에 제작된 최신 차량으로, 작업대가 차량 중심부 기준 양옆으로 각각 최대 4.2m까지 확장할 수 있다. 작업대를 최대로 펼치면 옆 선로까지 침범할 수 있는데, 옆 선로가 차단되지 않아 선로점검차량이 작업대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작업 과정에서 작업자가 열차와 충돌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열차운행감시인을 배치하도록 규정하지만, 해당 작업에는 열차운행감시인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 쪽은 차량(모터카)이 이동하면서 이뤄지는 작업은 열차운행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어서, 안전 우려가 계속 있었다”며 “안전 매뉴얼이 위험요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현장과 동떨어지거나 미흡한 조항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해당 작업은 선로차단이나 열차감시인 배치가 필요하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이후 다섯번째로 발생한 사망사고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