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에 비명계 "환영"·친명계 "떨떠름"…여당도 갈팡질팡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8. 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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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돼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아 있는데요,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비명계에서는 '환영'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잔뜩 경계하고 있습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김 전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이 돼 '이재명 일극 체제'를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열이냐, 야권의 전력 강화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해진 전 의원은 "김 전 지사 복권이 죽을 꾀"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환영하는 친문계…정치 재기 기대

대표직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의 '일극 체제'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비명계는 김 전 지사의 당내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김두관 당 대표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김 전 지사야말로 정권의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며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 떠도는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열의 노림수라는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김두관 민주당 대표 후보 입장문

김 후보는 MBN 유튜브에서도 "김 전 지사가 경남지사에 다시 도전할지,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정치 활동을 하도록 복권돼야 한다"고 김 전 지사의 정치 재기를 기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친문계 인사들도 환영 메시지를 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도 "이재명당 정성호 의원의 복권 반대와 고민정 의원의 외로운 지지 반응을 보며 씁쓸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모처럼 절대 다수 야당보다 절대 소수 야당의 의견을 받아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환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제(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특별사면·복권은 (여야) 대타협을 위한 대통령의 상징적인 제스처"라며 김 전 지사 복권을 촉구했습니다.
 

친명 장경태 "떨떠름합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재명 체제'의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기류도 읽힙니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가 억울한 면이 있어 복권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당에서는 (이를) 야권 분열용으로, 시기에 맞춰서 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장경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억울한 사람(김 전 지사)에 대한 최소한의 복권 노력은 필요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 복권하는 부분은 떨떠름하기는 하다"고 말했습니다.

 
▶ 장경태 의원: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 저는 보장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민주당의 전당대회 과정에 복권을 하는 건 떨떠름하기는 하죠.
▷ 진행자: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 너무나 환영합니다, 이런 멘트보다는 떨떠름한데요가 앞서는 이유는 뭘까요?
▶ 장경태 의원: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 이거죠. 그러니까 하려면 작년, 진작 하셨어야죠. 그런데 지금 한창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판에 그때 하는 것. 저는 아무튼 환영하지만 어찌 됐건 전당대회 중에 하는 게 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친명계를 중심으로 '야권 분열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반응과 함께 유력 대권 주자인 김 전 지사에 대한 견제 분위기도 읽힙니다. 친명계에서는 '이재명당'이 된 상황에서 굳이 김 전 지사 복권을 강하게 요청하거나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겁니다.

계파별로 김 전 지사 복권을 보는 시선이 묘하게 엇갈리자 당 중진과 친명계 일각에서는 분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벌써부터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NS에 "이재명 (전) 대표도 '경쟁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 목표는 정권 교체다. 이를 위해 파벌 조성은 절대 금물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더 큰 민주당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재명 일극 체제 흔드나?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복역하다 형기를 5개월 남긴 지난 202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습니다.

하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는데요, 당시 법무부는 규모가 큰 여론 조작 사건이었고, 당시 김 전 지사의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해 복권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복권은 형 선고의 효력으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해 주는 조치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입니다. 이번 특사의 최종 복권 명단에 포함되면 김 전 지사는 피선거권을 회복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선거에 뛰어든다면 야권의 정치 지형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김 전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고, '친문 적자'로 꼽히기도 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회고록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보를 가장 먼저 전한 인물이 김 전 지사였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친문·비명계가 김 전 지사를 구심점으로 세력화에 나선다면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흔들 수도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 임종석 전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그와 연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석방 후 영국 유학 중이던 김 전 지사는 지난 5월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하면서 "독일로 가서 6개월 정도 머무를 예정"이라며 "연말쯤 귀국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복권이 확정되면 귀국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해진 "김경수 복권은 죽을 꾀"

그런데 정부·여당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야권 분열 카드로 쓸 생각이 있는 걸까요?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열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모든 것을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끝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야 협치의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곽규택 수석대변인: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복권이 된다면 여야 협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 기자: 김경수 전 지사 복권이 야권 분열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 곽규택 수석대변인: 모든 걸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끝도 없겠죠.

그런데, "야권 분열책이 사실이라면 전략적 측면에서 하지하책이다"고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혹평했습니다. '아마추어적 단견', '죽을 꾀' 등의 표현을 쓰며 김 전 지사 복권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조 전 의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이재명이 사라지면 대선을 치를 수 없는 외통수 체제다", "법원이 정상적으로 재판하면 이재명 의원은 다음 대선 전에 실형이 선고되고, 대선 출마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은 야권에 정권 교체 가능성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이재명, 조국이 없어도 대선을 치를 수 있게 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재명, 조국보다 더 득표력 있는 선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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