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받는다" "우리 일자리 뺏는다" 필리핀 이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난 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입니다. 한 달간 교육 후 9월부터 가정에 파견돼 돌봄과 가사를 할 예정인데요. "임금이 너무 높다" "한국사람 일자리를 뺏는다"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정인 기자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오 기자, 먼저 비용부터 살펴보죠. 너무 비싸다, 더 적게 줘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하루 8시간 고용할 경우 월 238만 원을 내야 합니다. 
 

여기엔 사용자가 부담하게 돼 있는 4대 보험료와 업체 중개수수료가 포함돼 있는데 이걸 빼면 206만 원이 가사관리사에게 돌아갑니다. 

딱 올해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그런데 한국인 가사관리사의 경우 월 3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요금이 50만 원 더 저렴합니다. 

중개업체에 올라온 구인글을 보면, 시간당 2만 원을 주겠다거나 월 300만 원을 제시해도 가사관리사를 구하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검증된 인력이고 영어를 할 줄 압니다. 

이 때문에 특히 자녀 영어교육에 관심 많은 분들이 신청에 몰렸습니다. 

이번에 서울시가 신청을 받은 결과, 총 751가구가 몰려 경쟁률이 7대 1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훨씬 더 적은 돈을 준다면서요? 
사실은 맞는데 따져볼 게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최저임금 제도가 아예 없고요. 

홍콩의 경우 최저임금제도는 있지만 사적 계약 방식이어서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또 이들 나라는 대부분 가사관리사가 입주, 즉 같이 살고 있어서 이번에 우리나라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처럼 숙박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주는 건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위반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회원국 26개국과 비회원국 15개국 가운데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최영미 /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 :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에서 인력을 들여온다고 할 때 과연 싸게 해도 된다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국민적 갈등을 일으키는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라 소득 수준에 맞게 적게 임금을 줘도 괜찮다"라고 할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 역시 시간당 최저 1만 원의 임금만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한국인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가능한 겁니까?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와 특정 업종의 내국인 일자리가 줄었다는 통계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인 가사관리사는 고령화로 인력이 줄어드는데 새로 인력이 들어오진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도입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업무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잖아요? 
시범사업 협약서상 업무 범위는 목욕과 청소, 음식 준비 등입니다.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손 걸레질이나 어른 음식 조리는 불가능합니다. 

고용부와 서울시에선 "명시되지 않은 업무는 반드시 중개업체를 통해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가정 내에서 이런 부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오정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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