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선 ‘월 40만 원’ 필리핀 이모, 굳이 ‘월 240만 원’ 들여오는 이유는?.. 외국인 채용엔 ’차별’·‘착취‘ 반발, 그러면 돌봄 노동 과연 누가?

제주방송 김지훈 2024. 8. 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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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시작하는 시범사업
업무 범위 모호·노동환경 불투명
돌봄? 영어 강사?.. 인권침해 우려
최저임금 미적용 검토에 논란 여전
돌봄 서비스 등 연관 산업 영향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참가자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SBS 캡처)


다음 달부터 서울에서 시작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도입 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서울 시내 가정에서 일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 6일 입국을 마쳤습니다. 신청 가구 접수 결과 751가구로 마감되면서 이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지만, 많게는 한 달 24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고용 비용이 많은 가정에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이건 된다’부터 ‘이건 안 된다’ 식의 모호한 업무 범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때문인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단순 돌봄 서비스 제공을 넘어, 저출생과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라는 시각이 나옵니다.

더구나 이 과정에 고비용, 언어, 노동 착취 문제가 지속 불거지는 상황이라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가 시범사업의 성공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SBS 캡처


■ 홍콩·싱가포르 월급보다 최대 5배, 왜?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기준)를 고용할 경우에 매달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38만 원으로 추산됩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인 9,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 간접비까지 포함한 비용으로, 하루 4시간만 고용할 경우엔 월 119만 원이 소요됩니다.

이는 50여 년 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수준입니다.
홍콩의 경우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 원, 싱가포르는 40만~60만 원입니다. 적게 잡아도 싱가포르 월급의 2~5배에 달했고, 우리나라 3인 가구 월 평균 소득(2024년 기준 471만 5,0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월급 수준이 높게 책정되는 까닭은 최저임금 9,860원을 시급으로 적용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홍콩 시급(2,797원)의 3.5배, 싱가포르(1,721원)의 5.7배 수준으로 사실상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내줘야 하는 셈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최저임금제가 없는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시급을 8개 파견국과 협의해 정하고 있습니다.   


■ 내년 최저임금 올라.. 확대 추진 때 이용료 인상 불가피

나아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 30원까지 인상되는 점은 변수로 꼽힙니다.

이번 서비스에선 올해 적용 중인 시간당 9,860원을 기준으로 임금이 정해졌습니다.
시범사업 기간은 6개월이지만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확대 계획에 따라 내년에도 또다른 가사관리사들이 순차적으로 도입된다면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해 시범사업보다 비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당초 정책 목표인 저출생 해결은 물론 국내 가사도우미 인력 감소 등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비판 섞인 지적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SBS 캡처


■ 업무 범위 모호.. 어른 옷 세탁 가능, 침구는 ”NO“

더 큰 문제는 모호한 업무 범위가 꼽힙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아이 돌봄뿐만 아니라 청소, 세탁 등 가사 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어떤 일은 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고용부와 우리 정부, 필리핀 정부 간 업무협약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아이 돌봄 외에도 동거가족에 대한 업무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청소나 세탁 등 육아와 관련된 가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 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부수적’인 가사서비스가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지난달 16일 이용계약 체결 때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상세한 업무 범위를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내부적으로 이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혼란은 지속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 인권 침해 우려 비롯 문제점 지속 제기

반발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16일 성명을 내고 “아동 돌봄에 필수적인 노동 외에도 다른 거의 모든 가사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용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시키는 일을 거부하기 어려워 직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취약한 입지의 노동자에게 부당노동이 강요될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또, 영어 능력을 강조하는 고용부와 서울시의 입장과 달리 한국어 소통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어린아이들과의 원활한 소통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이번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고용허가제 한국어 시험(EPS-TOPIK) 통과자로, 100점 만점 중 55점 이상이면 탈락을 면했지만, 일각에선 어린 자녀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그 이상의 수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월 40만 원 상당 숙소비를 포함해 생활비를 자비로 부담하는 만큼 이들의 실질 소득은 매우 낮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관련해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최저임금으로 일하면서 숙소비와 생활비를 부담하면 손에 쥐는 돈은 60만~7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처우 개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SBS 캡처


■ ‘최저임금’보다 낮은 고용도 검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착” 우려

이처럼 시범사업 도입에 앞서 각계에서 문제점 지적이 이어지자 고용부는 서울시와 서비스 제공기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주요 민원은 신속히 대응조치할 계획이란 입장을 내놨습니다.

또 업무 범위에 대해선 이용자 대상 이용계약 외 지시금지 등 준수사항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이용자가 가사관리사에 직접 임의로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높은 비용 부분과 관련해, 서울시는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방안을 공식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간병이나 돌봄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을 특정 활동 전문직종(E-7)으로 인정해 ‘가사사용인’ 형태로 고용하는 방안으로 현행법상 가사사용인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대부분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비용이 ‘장벽’이 될 것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지난 3월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통해 국제 노동 기구(ILO) 협약을 우회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개인 간 사적 계약 형태로 고용해 최저임금법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결국 관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정부가 양산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면서 ‘갑론을박’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결국 정부는 최저임금과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비공식 돌봄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셈”이라면서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 사업 추진은 돌봄의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자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고용부는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상황입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 3월 열린 ‘2024년 제1차 고용허가제 중앙-지방 협의회’에서도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력 고용은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란 입장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 돌봄 서비스 질적 제고 뒤따라야.. “연계 산업 타격 고민”

또한 돌봄 서비스의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이 단순히 돌봄 뿐만 아니라, 아이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 제기되는데 따른 우려가 그 중 하나로 가사돌봄 분야의 전문가들은 ‘좋은 돌봄’서비스만 아닌 영어 활용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이 자칫 50∼60대 중고령 여성들의 일자리 기회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도 큰 만큼, 이와 연계한 서비스산업 간 영향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성 경제활동 확대와 노인 인구의 증가로 돌봄 서비스 수요는 폭발하고 있는 반면 가사·육아도우미 종사자 수는 급감세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사·육아도우미 종사자 수는 2014년 22만 6,000여명에서 2023년 11만 5,00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아이돌보미의 평균 연령은 57.5살로 60대 이상이 43.6%, 50살 미만은 7.9%에 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시범사업 시작 전부터 잡음이 무성하지만, 정부는 시범사업에 앞서 이미 내년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규모를 늘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비전문인력(E-9) 비자를 가진 가사관리사 1,200명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내년 상반기에 E-9 가사관리사 규모를 1,2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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