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연원장 교체 가닥…與싱크탱크 개혁 시동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2024. 8. 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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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號 인선 '마지막 퍼즐'
홍영림 원장 사의 수용할듯
80억 年예산불구 총선 무용론
7년새 인력 46→25명 반토막
전문성 저하로 제 역할 못해
"미국 정책 산실 NBER처럼
본연의 기능 집중이 바람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연합뉴스

홍영림 여의도연구원 원장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여의도연구원 개혁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을 '마지막 퍼즐'로 남겨둔 가운데 여당 인사들은 여연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처럼 제대로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초안 작성이 마무리된 '총선백서'에도 여연이 실시하는 여론조사 관련 문제점과 개혁 방안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최근 홍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 대표가 당초 홍 원장을 유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교체하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이다. 다만 적임자 물색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후속 인선이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한 대표의 여연 개혁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 대표는 앞서 여연을 민심·정책·청년 등 세 파트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민생정책을 개발하는 기능을 별도로 분리해 외부 아웃소싱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를 더 좋은 대우로 채용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부족한 전문 연구인력과 이에 따른 여론조사·정책 기능 약화는 여연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왔다. 실제로 여연 인력은 2017년 46명에서 올해 4월 현재 2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7년 만에 인력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여연에는 지난해 예산 약 80억원이 투입됐지만 총선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책 발굴뿐 아니라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총선백서에 담겼다. 지난 총선에서 여연이 예년과 비슷한 비용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했지만 횟수가 이전 선거에 크게 못 미쳤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또 4번까지 반복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지역구는 100곳 이하였다고 한다. 여연은 과거 총선 당시 전체 지역구에 대해 최소 두 번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연도 총선 참패 이후 자체 개혁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안에는 중장기적인 정책 발굴이 가능하도록 정책기획실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각 부문에서 박사급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당 정책위원회와 인사 교류를 하고 정책 아웃소싱을 확대하겠다는 점도 여연이 제시한 개혁안의 일부다.

26대 여연 원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의 정책·전략수립·여론조사 기능 모두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NBER 같은 '정책수행 지원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1920년 설립된 NBER은 미국을 대표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해 각종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금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 등 민간 기부를 통해 조성한다. 박 의원은 "전문가 20~30명을 데려와 직접 정책을 개발하는 게 여의도연구원 역할은 아니다"며 "예를 들어 저출생 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일자리·육아 등 이슈별 전문가를 모아 토론하고 정책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당 사무처 인력을 연구원에 파견하는 풍토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대 여연 원장이었던 김용태 전 의원은 "여연이 당 사무처 인력들의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편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여연이 자체적인 사업 수익 모델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데, 정책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재정이 확실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중심인 여연의 여론조사 방법도 재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여연에서는 여론조사를 기획만 하고 실행은 전화면접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총선백서 특위 여연 소위에서 활동했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여연이 정보를 1등급(중앙당 내부·지도부), 2등급(당협위원장), 대외비 등으로 단계를 구분해 관리하고, 정보를 당협에 제대로 전달해 강한 지역 당협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유경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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