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장소와 집까지는 단 5분거리"...다음날 그녀는 왜 농수로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 됐나

김세령 2024. 8. 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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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09일 (금)

■ 진행 : 황윤창 변호사

■ 대담 : 황정원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윤창 변호사 (이하 황윤창) : 그날은 이 모 씨가 일하는 미용실 회식이 있었던 날입니다. 그는 당시 25살의 아주 평범한 여성으로 밝고 쾌활한 성격이었다고 알려졌죠. 그날 1차에 이어 2차 노래방까지 이어진 회식은 자정이 조금 넘을 무렵에서야 끝이 났습니다. 다음 날 보자며 인사를 나눴던 이모 씨와 동료들. 하지만 이 모 씨는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는데요. 그녀의 몸엔 성폭행의 흔적이 있었고 사인은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사였습니다. 그러니까 성폭행을 당한 후 목이 졸려 살해당한 것이었죠. 하지만 특이한 건 시신의 반항, 그러니까 반항하면서 발생하였을 법한 상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도 이 점에 주목했는데요. 도대체 평범한 20대 여성 이 모 씨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황윤창 변호사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정원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황정원 변호사 (이하 황정원) : 안녕하세요. 황정원 변호사입니다.

◇ 황윤창 : 오늘 살펴볼 미제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변호사님 어떤 사건입니까?

◆ 황정원 : 정말 오래된 사건이죠. 그리고 그만큼 많은 분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방송으로 접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굉장히 이 방송을 흥미진진하게 본 적이 있는데요. 2000년 7월 28일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1동에 위치한 한 농수로에서 한 여성이 피살된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 황윤창 : 여성의 신원은 밝혀졌습니까?

◆ 황정원 : 네, 피해 여성은 미용업에 종사하였던 25세 여성 이 모 씨로 밝혀졌습니다.

◇ 황윤창 : 살해 당하기 전에 누구랑 함께 있었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어딘지 수사가 진행되었을 것 같은데 밝혀진 내용들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황정원 : 범행 전날 이 씨는 평소처럼 미용실 업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덕천동 중심가로 이동해서 술자리 회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술자리 이후에 이 씨와 일행들은 근처 노래방에서 약 1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고, 자정이 지나 이 씨와 동료들은 헤어졌고, 한 12시 20분 정도 노래방에서 헤어지면서 약 5분 거리에 아주 가깝게 집이 있던 이 씨는 걸어서 혼자 집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씨는 집이 아닌 대저일동 농수로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이 씨는 실종 당시에 입었던 옷은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속옷과 구두만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 황윤창 : 당시에 동료들은 엄청 놀라셨을 것 같아요. 그 상황상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수사 결과는 어땠습니까?

◆ 황정원 : 매우 일상적인 회식 자리 끝나고 헤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서 많이들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이 씨 시신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었는데요.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로 소위 목이 졸려서 죽었다고 하죠. 범인이 성폭행한 다음에 이 씨의 목을 조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발견 당시에 구두를 신고 있지 않았는데요. 범행 현장 근처에서도 구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씨의 발바닥은 구두가 없었는데도 매우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에 범행 장소가 실내였을 거라고 추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씨의 시신에서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 황윤창 : 어떤 게 있었죠?

◆ 황정원 : 이 씨는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것인데도 흔히 이제 성폭행을 당할 때 반항을 하면서 흔적이 남는데 그런 반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쪽 손에 풀만 꼭 쥔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씨가 저항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이고, 딱딱하게 풀을 꼭 쥔 채 굳어 있었던 것은 극도의 긴장 상태로 근육에 힘을 주고 있다가 사망하면서 그대로 빠르게 몸이 굳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범인은 한 명이 아닌 2명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 황윤창 : 범인이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었다라고 하면 피해자가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반항조차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DNA라든지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들은 없었나요?

◆ 황정원 : 경찰은 이 씨의 몸에서 채취한 정액의 DNA 검사에서 범인의 혈액형을 A형으로 측정하였습니다. 경찰은 당시 굉장히 수사를 열심히 하였는데요. 무려 2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는 등 이 씨 주변 인물들을 모두 조사를 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혈액형이 A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5년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DNA를 재분석하자 A형이 아닌 O형의 혈액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황윤창 : 처음에는 그 범인이 A형이라고 수사를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o형이었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황정원 : 맞습니다. 2000년 당시 수사 때는 범인의 혈액형이 A형이라고 수사 결과가 나왔었는데요. 2015년에 DNA 재분석을 한 결과 혈액형이 뒤바뀐 것입니다.

◇ 황윤창 :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싶은데 그러면 경찰이 용의선상에 올렸던 사람들이 A형이 아니면 아예 용의선상에 올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황정원 : 맞습니다. 과거 수사 당시에 이 씨의 전 연인 2명도 유력한 용의선상에 있었는데 혈액형이 A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의선상에서 배제되었었습니다. 그런데 DNA 분석 결과 혈액형이 O형이라는 사실 외에도 추가로 밝혀진 내용이 있었습니다.

◇ 황윤창 : 어떤 거죠?

◆ 황정원 : 바로 Y염색체의 배열이 성씨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는 것입니다. DNA를 재분석한 결과 DNA 정보에서 성 씨까지 측정을 할 수 있었다는 건데요. 경찰이 DNA 정보를 통해서 범인의 성씨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 황윤창 : 변호사님도 아시겠지만 DNA법이 시행되면서 피의자라든지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DNA가 데이터베이스화되고 검찰이나 국과수 경찰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이 부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화성 살인 사건 같은 이춘재 사건 이 DNA 시스템을 통해 잡은 것처럼 사건이 발생한 지는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다만 이 사건 끈기 있게 수사해 나갈 필요성이 있어 보이거든요.

◆ 황정원 : 네, 현재 이 사건은 부산지방경찰청 미제 사건 1호로 재수사 중인데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조만간 범인을 잡아 이 씨와 유족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황윤창 : 그런데 혹시 공소시효 문제는 없을까요? 시기상 조금 애매해 보이는 부분도 있는 것 같거든요.

◆ 황정원 : 본래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5년 7월 28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들이 2015년 7월 30일에 적용이 되는 태원입법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이죠. 이걸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DNA와 같은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이 연장되는 성폭력 처벌법 제21조 제2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태완이법 적용이 가능하게 된 겁니다.

◇ 황윤창 : 정말 다행입니다. 해당 사건에 또 눈여겨볼 만한 단서 또 다른 건 없습니까?

◆ 황정원 : 이 씨의 시체에서는 또 다른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이 씨의 몸의 오른쪽 팔과 다리에만 특이한 직선 형태의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상처의 모양을 보고 주방이나 공장 지하실에 배수구 뚜껑, 그레이팅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 철제판 위로 이 씨의 몸을 끌고 간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보았는데요. 목격자의 증언도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 황윤창 : 목격자가 있었나요? 이 부분 굉장히 유의미한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 황정원 : 목격자는 어떤 어두운 승용차가 서더니 조 수석의 어떤 남성이 내려서 이 씨랑 몇 마디를 나누고 이 씨가 뒷좌석에 찼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차 안에는 운전석 조수석 말고 뒷자리에도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고 하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반항을 억압한 정도의 2명 이상의 범인이 있었을 거라고 추정하였지 않습니까? 이 부분과도 일치하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목격자가 목격한 시간이랑 동선도 이 씨가 노래방에서 동료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간 시간,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에 이제 가게 되는 동선과도 일치를 했다고 합니다.

◇ 황윤창 : 변호사님 만약에 지금이라도 범인을 잡아서 재판에 넘긴다면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형량은 어느 정도로 예상해 볼 수 있는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예상해 보신다면 어느 정도 생각하십니까?

◆ 황정원 : 사실 마음 같아서는 사형 선고도 구형하고 싶은 마음인데요.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단서들만으로 볼 때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서 무기징역의 선고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황윤창 : 사건 X파일 오늘은 24년째 미제로 남아 있는 부산 농수로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된 상태죠. 이 말은 지금이라도 신빙성 있는 제보가 들어온다면 언제든 수사에 착수해 범인을 검거하고 이 잔혹한 살인마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미제 사건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떠올려야 하는 이유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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