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벤츠 화재' 열흘째…국토부 "조사결과 보고 리콜" 되풀이
벤츠, 점검·리콜 공지 없이
피해주민에 45억 지원하기로
배터리 확인요청은 계속 거부
환경부 "업체 동의없인 불가"
◆ 전기차 화재 파장 ◆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가 10일째를 맞은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 정보 부족과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차량에 장착한 배터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환경부도 "업체 동의 없이는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리콜 결정 역시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차주들의 답답함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9일 오후까지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EQE를 비롯한 EQ 브랜드 차종을 구매한 고객들에 대해 점검이나 리콜과 관련된 공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1일 화재 발생 당시 언론에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며 사고 원인 조사 요청이 있을 시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주들은 적어도 차량에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됐는지 파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벤츠 측은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 등이 화재가 발생한 EQE 차량 2600여 대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됐다고 밝혔지만, 벤츠 코리아 측은 해당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벤츠 코리아의 이 같은 대응은 2018년 BMW 차량 화재 당시와 비교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BMW 코리아는 2018년 내연기관 차량들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자 비슷한 상황에 놓인 바 있다. 당시 BMW 코리아는 사고 발생 직후 독일 본사 조사팀과 자체 진상 조사를 벌였다. 사건 발생 10일 후 리콜과 후속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차주들이 가장 원하는 정보는 자신이 구매한 차량에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됐는가다. 하지만 정부 역시 이 같은 정보를 자의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터리 탑재 정보의 키를 쥐고 있는 부처는 환경부다. 환경부는 2024년 1월 5일 이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상 자동차 인증제에 따라 수입 전기차와 국산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업체 정보를 전기차 업체로부터 받고 있다. 다만 업체들 동의 없이는 외부 공개가 어렵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 동의 없인 배터리 탑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업체 동의 없이도 이를 공개하기 위해선 별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매일경제는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해당 정보를 요청했지만 당국은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벤츠 코리아에서 자발적 리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차주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강제 리콜 조치의 주체인 국토부다. 하지만 국토부의 리콜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의 합동감식 조사 결과를 보고 리콜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리콜 결정을 내리려면 화재 감식 조사, 조사 결과 파악, 결함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결함 조사는 통상 문제가 의심되는 부품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동일 배터리를 별도로 확보해 테스트한 뒤 그 결과를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기 때문에 수개월이 걸린다. 국토부는 벤츠 코리아 측에 사고 차량인 벤츠 EQE에 사용된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3000여 대에 대해 특별 점검을 권고한 상황이다. 사고 차량과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벤츠 코리아 측은 아직까지 특별점검에 나서진 않고 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임원진은 이날 오후 인천 청라 아파트 주차장 화재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총 45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오노레 츄크노 최고재무책임자(CFO), 킬리안 텔렌 제품 마케팅 및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괄 부사장 등 벤츠 코리아 임원들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박제완 기자 / 이진한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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