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새는 양 날개로 난다

2024. 8. 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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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양 날개로 난다.

수레는 바퀴 두 개가 있어야 온전히 제 역할을 한다.

경제정책의 영역에서 '성장이 우선이냐? 복지가 우선이냐? 수요가 먼저다? 공급이 먼저다?'라는 해묵은 논쟁 아닌 논쟁이 있다.

'기업 옥죄는 규제' '입찰 비리'와 같은 제목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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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양 날개로 난다. 수레는 바퀴 두 개가 있어야 온전히 제 역할을 한다. 필자는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은 비전과 결단이고 훌륭한 관료의 덕목은 통찰과 균형이라고 본다. 정책을 바라보는 잣대도 통찰과 균형이다. 경제정책의 영역에서 '성장이 우선이냐? 복지가 우선이냐? 수요가 먼저다? 공급이 먼저다?'라는 해묵은 논쟁 아닌 논쟁이 있다. 둘 다 중요하고 시간과 장소, 여건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뿐이다. 자유와 평등, 경쟁·효율과 배려·공존, 가치와 실사구시의 방법론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조달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출근길에 조간을 읽고 온라인 뉴스를 확인한다. '기업 옥죄는 규제' '입찰 비리'와 같은 제목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성장과 공정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올해 조달청의 캐치프레이즈는 두 개다. 하나는 '중소·벤처·혁신기업의 벗'이고, 다른 하나는 'Back to the Basic'이다. 필자는 어려울 때 도와주고, 잘될 때 더 잘되도록 밀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벗'이라고 믿는다. 진입-성장-도약이라는 단계마다 서비스를 강화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조달시장 진출 열망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들을 위해 공공조달길잡이 제도를 시작했다. 모든 지방 조달청에 전담관을 지정해 초보 기업들에 원스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규제 혁파도 공세적으로 추진한다.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부정당업체 제재 면책과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도 포함했다. 조달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은 타 부처와 협업하여 해외에서도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Back to the Basic'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이다. 공공조달의 기본가치인 공정·투명·품질·안전에 대해 더 이상 국민적인 의구심이 없도록 해보자는 취지다. 연간 209조원 규모의 공공 조달시장에는 57만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낙찰자가 홀로 혜택을 받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다. 치열한 경쟁은 필연적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실력으로 떳떳하게 승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입찰 심사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삼중의 촘촘한 평가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우선 평가위원 모니터링단을 만들어 공정하게 평가를 하는지,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점수를 부여한다. 평가 관련 부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전담센터도 개설했다. 접수된 내용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도 할 계획이다. 평가위원들의 평가 데이터를 누적 관리하고, 특이 패턴은 없는지 분석한다. 특정 참여자에게 과한 점수를 주는 의심 건은 평가위원 선정 배제 등 불이익 조치를 할 것이다. 대형 공사의 심사 과정은 유튜브로 실시간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물론 경찰 열 명이 도둑 한 명을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조달정책의 주인은 조달청이 아니다. 열정을 지닌 기업과 두 눈을 부릅뜬 국민이 주인이다. 벗과 기본을 양 날개로 삼아 멋지게 비상하는 공공 조달시장과 조달기업을 만들어보자.

[임기근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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