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사도광산 외교전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8.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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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가 위기에 놓였지만 양측이 의견 일치를 본 적이 있었다.

일본이 사도광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자 러시아 외무부는 2022년 2월 전쟁 직전 반대를 표했다.

일본은 전쟁 난민을 받겠다는 둥 우크라이나에 비상한 지원을 했다.

일본 측 대표가 "기존 약속들을 명심한다"고 밝혔는데 2015년 군함도 등재 때 인정했던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 부분도 포함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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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가 위기에 놓였지만 양측이 의견 일치를 본 적이 있었다. 일본이 사도광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자 러시아 외무부는 2022년 2월 전쟁 직전 반대를 표했다. 대변인은 "(반대하는) 한국 측 반응을 이해한다"며 "고된 노동을 시킨 잔혹 행위 사실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러시아는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 중 하나여서 발언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강제 노역이 있었던 일제시대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우리 측 요구로 결론이 미뤄졌고 그사이 러시아 임기는 끝났다. 그 대신 우크라이나가 올해 새 위원국이 됐다. 일본은 전쟁 난민을 받겠다는 둥 우크라이나에 비상한 지원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키이우를 찾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하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21개 위원국에 물심양면 애썼다"며 "우크라이나 지원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사도광산은 지난달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지만 국내에서는 여진이 한창이다. 야당은 전시물에 '강제' 노역 표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외교 실패를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 전시 공간을 별도 마련하고 매년 추모식을 열기로 한 점은 성과라고 말한다. 일본 측 대표가 "기존 약속들을 명심한다"고 밝혔는데 2015년 군함도 등재 때 인정했던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 부분도 포함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렇더라도 사도광산에 '강제' 표기가 안 된 것은 아쉽다. 물론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재 직후 '강제' 표현을 일절 금지해왔다. 우리 반대로 만장일치가 안 돼 표결로 갔더라도 위원국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등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조선인 노동자 전시 공간은 없던 일이 된다.

우리 정부는 표결에 대비해 반대표 확보도 진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일본의 전방위 노력을 감안하면 우리가 표결로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지더라도 '강제' 표현을 고수해 우리 기개라도 보여줬어야 하는지는 각자 판단 영역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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