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이배·데릭 애덤스···'키아프리즈' 장외열전도 뜨겁다

서지혜 기자 2024. 8.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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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7일 '미술 큰장' 발맞춰 전시 봇물
조현화랑, 이배 조각·붓질 전시
세계 최대 갤러리 '거고지언'도
애덤스展 열고 국내 진출 저울질
獨 마이어리거는 강남서 개관전
'키아프리즈' 겨냥 컬렉터 유혹
[서울경제]

이배·서도호·데릭 애덤스·마크 로스코·조안 조너스···. 앞으로 한 달 뒤 서울에서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명단이다. 미술 애호가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미술장터) ‘키아프리즈(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주요 갤러리와 미술 기관들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국내 작가는 물론 전설적인 글로벌 작가들의 전시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 달 4~7일 열리는 키아프리즈를 겨냥해 서울에 지점을 내고 국내 미술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친 글로벌 갤러리들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었던 유럽이나 제3세계 국가 작가들의 전시가 서울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인 만큼 컬렉터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 조현화랑에 전시된 이배의 붓질 작품. 사진 제공=조현화랑

9일 미술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속속 둥지를 트고 있는 서울 용산구·중구에서는 키아프리즈 기간을 전후로 국내외 거장의 전시가 막을 올린다. 조현화랑은 올해 4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 개관한 서울점에서 이배(66)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숯의 작가’로 불리는 이배는 2023년 뉴욕 맨해튼의 심장인 록펠러센터 앞에 높이 6.5m, 폭 4.5m, 무게 3.6톤의 조각 작품 ‘불로부터’를 설치했으며 올해 4월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빌모트 파운데이션과 함께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음 달 3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조각 작품 2점과 붓질 3~4점이 걸리는 등 규모가 크지 않지만 2020년 ‘갤러리2’ 전시 이후 4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인 만큼 컬렉터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데릭 애덤스의 ‘Where My Girls At?’. 나무 패널에 아크릴 재료를 사용했다. 사진 제공= 가고시안

거고지언(Gagosian)은 9월 3일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캐비닛에서 데릭 에덤스의 개인전 ‘더 스트립’을 개최한다. 거고지언은 유럽, 아시아 전역에 19개 전시 공간을 보유한 세계 최대 갤러리 중 한 곳이다. 거고지언의 연 매출은 1조 원 수준으로 한국 미술 시장 한 해 매출에 버금간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에만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가을 이지영 디렉터를 영입한 만큼 이번 전시를 발판 삼아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글로벌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는 20세기 미국 미술의 거장인 마크 로스코와 한국 작가 이우환의 2인전 ‘조응: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전을 다음 달 4일부터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이우환이 로스코재단과 협력해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했으며 2018년과 2023년 사이 제작된 이우환의 회화와 상응하는 로스코의 대표적인 색면 추상 회화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는 이달 17일부터 11월 3일까지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서도호의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개최한다. 아트선재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간 진행해온 ‘스페큘레이션스’ 시리즈와 작가의 대표 작업인 브리지 프로젝트, 공동주택 단지 영상 작업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강렬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호르스트 안테스의 유화 작품. 사진 제공=마이어리거

서울 강남 지역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지점을 차리고 한국 미술 시장에 처음 발을 내딛는 독일 갤러리 마이어리거(Meyer Riegger)의 개관전이 9월 3일부터 시작된다. 미리암 칸, 호르스트 안테스, 존 밀러 등 스타 작가를 이끌고 있는 마이어리거는 이미 베를린·카를스루에·바젤 등에 지점을 보유한 독일의 주요 갤러리 중 한 곳으로 서울은 마이어리거의 아시아 첫 번째 거점이다. 마이어리거는 이번 개관전에서 호르스트 안테스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아시아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서울을 본격적으로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송은은 피노 케링 그룹 창업자의 소장품 60여 점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소장품의 초상: 피노 컬렉션 선별작’ 전시를 다음 달 4일부터 열 예정이며 글래드스톤은 다음 달 5일부터 퍼포먼스 아트의 대가 조안 조너스의 비디오 작품을 선보인다.

송은에서 개막하는 ‘소장품의 초상: 피노 컬렉션 선별작에 소개되는 얀 보의 작품. 사진 제공= 송은문화재단

미술 기관들이 이렇게 굵직한 전시를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 서울’과 ‘키아프(Kiaf)’의 관람객을 겨냥해서다. 전 세계에서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는 1% 미만으로 크지 않지만 한국 작가들의 명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원로 작가뿐 아니라 3040 젊은 작가들이 미국·유럽의 굵직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여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미술계 큰손들이 앞다퉈 한국 미술 시장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두 행사가 열리는 9월 초는 한국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수많은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주요 미술 기관들도 세계 각지에서 오는 손님맞이를 위해 한 해 가장 공들인 전시를 이 기간에 공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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