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노령화가 저축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저축 증가율은 단계적 하락
젊은 인구와 주택대출 감소 땐
주택시장 하락은 불가피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산
구조변화 따라 합리적 이전 땐
금융시장 도약 기회 열릴 것
하도 들어서 지겹기도 하지만 지금의 급속한 인구 변화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 단순하게 정부의 정책이나 대통령이 바뀌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지나가는 곳의 모든 것들을 녹여버리는데 인구 변화는 용암과 같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도 이미 인구 변화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금융학회에서 '한국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노령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 내용 중에서 저축은 인구구조 변화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살펴보자.
오른쪽 그래프에는 1990년에서 2070년까지 저축 규모가 보인다. 여기서 저축은 은행과 비은행기관 총수신의 합이어서 일반 은행의 저축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상호신용금고의 저축도 포함되어 있다. 1990년에서 2022년까지는 실제 저축 규모이고 2023년에서 2070년까지 노란색으로 강조된 부분은 예측치다. 그리고 저축액은 2020년 물가 수준으로 보정된 값이다. 어떻게 예측하였는지는 산수가 복잡하여 싫어하실 것 같아 설명하지 않겠다. 만약 관심이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주시면 된다. 2024년 말 저축 규모는 580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2060년까지 아주 천천히 증가한다. 매년 증가율은 약 0.4% 이하다. 우리나라에서 저축 규모의 최고치는 2060년대 초에 6390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60년대의 정점 이후에는 천천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이미 감소하고 있고 특히 경제활동인구는 급속히 감소하는데도 저축이 증가하는 것은 노령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노령자들은 가격 변동이 덜한 금융자산을 통하여 소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한 자산인 저축을 선호한다. 2024년 현재 1000만명(전체 인구의 19%) 수준인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앞으로 급속히 증가하여 2060년에는 1900만명(전체 인구의 44%) 수준에 이르게 된다.
자, 이제 점선으로 표시된 저축의 증가율을 보자. 저축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축 증가율은 1990년대에는 연 1.2%로 높은 모습을 보이다가 2010년대와 2020년대는 단계적으로 하락한다. 2030년대에는 0.3% 수준에서 정체기를 겪다가 2040년대 중반 이후에는 계속 하락한다. 여기서 걱정이 되는 것은 저축 증가율의 정체가 시작되는 2030년대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의 소형 수신기관들 사이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은 대형 시중은행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이자율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나 지방으로 대출 공급도 감소하겠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집을 사주는 젊은 인구가 같이 감소한다면 주택시장은 급속한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데 주택 가격의 급속한 하락은 모든 가계와 기업에 되돌릴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다. 모든 아파트 가격이 30% 하락하였다고 상상해보자. 가계 소비, 기업 투자, 정부 세수 등 모든 경제활동은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언제쯤 주택시장이 하락할 것 같으냐고 물어보실 것이다. 그것은 우리 어머니도 물어보시는 질문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알지 못한다. 주택 가격에는 인구 변화와 주택담보대출 말고도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들이 위의 그래프를 본다면 당연히 2030년 이전에 집을 팔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주택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자들과 행동이 유사하기 때문에 무척 빠르게 움직인다. 주택 가격 하락은 2030년 이전에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용암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지는 식은 용암 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저축의 변화를 일으키고 다시 주택시장을 하락시킬 수 있다. 이에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자산을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이전한다면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새롭게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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