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금지까지 2년7개월…46만 마리 위해 우리 할 일은?

김지숙 기자 2024. 8. 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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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국내 한 개농장에서 식용 개로 길러진 개들. 한국 HSI 제공

46만6000여 마리. 현재 전국 남아있는 개 사육농장 1530여 곳에 사는 개들의 숫자다.

지난 2월 ‘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이 제정돼 정부가 산업 종식 절차를 밟아가고 있지만, 전국 개농장에 남아있는 개들의 보호 방안은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개식용종식법이 금지한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도살, 판매, 유통에 대한 처벌이 2027년 2월까지 유예된 만큼 그 이전에라도 개들의 고통과 희생을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농장 신규·추가 운영 7일부터 금지

9일 농림축산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폐업을 희망하는 개 사육농장, 도축·유통상인, 식당 등 개식용 관련 업소는 전국 5889곳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월부터 3달 동안 ‘개식용 업계 운영 신고 기간’을 운영했고, 5일까지 운영자들에게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았다. 정부는 전국 개농장 1530여곳에서 사육 중인 개를 46만6000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개식용종식법 시행령이 공포되며 이날부터 개농장·도살장·개고기 식당 등을 새로 짓거나 시설을 늘리는 것이 금지됐다. 시행령에는 개식용 업계에 대한 전·폐업 지원, 개식용종식 기본 계획 수립과 개식용종식위원회의 구성·운영, 과태료 부과기준 등이 담겼다. 시행령을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개농장에 폐업 이행 촉진 지원금과 시설 철거비를, 개고기 유통상인과 개고기 식당에는 전업에 필요한 융자와 교육·상담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폐업 촉진 지원금의 규모나 범위 등은 여전히 논의 중으로 9월 발표되는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에 담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예기간에도 소비 줄여 개들 고통 줄여야”

이처럼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 논의는 뜨겁지만, 남아있는 개들의 보호·관리방안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처벌이 유예된 기간에 현재 개농장에 살고 있는 46만여 마리 개들은 이전처럼 도살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개식용종식법 유예 기간에는 개의 출하(사육·도살)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개식용종식추진단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는 개들의 경우 지자체가 인수해서 보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전국 228곳 동물보호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개체 수는 1만8000마리 수준”이라며 “개를 전부 수용할 능력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출하) 상황을 유지하면서 농가에서 더 이상 개체 수를 늘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를 위해 폐업을 희망하는 농장주에게 폐업 예정일 1년 전부터 달마다 ‘보유 중인 개의 개체별 관리 현황 기록부’를 의무적으로 작성·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도사견들. 한겨레 자료사진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사육 중인 개들을 모두 살리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농장에서 기르는 개들은 대부분 대형견이거나 맹견으로 분류되는 도사견 혹은 도사 믹스견이기 때문에 가정 입양도 쉽지 않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수십만 마리의 개들을 전부 구조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정부가 고통을 줄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동물보호법, 식품위생법 등 현행법으로 관련 산업을 규제하면서 지금부터라도 개농장의 번식을 적극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의 빠른 전·폐업으로 개들의 고통을 줄이려면 시민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유예기간 동안 개고기 소비가 줄지 않는다면 개들의 죽음과 고통도 줄어들지 않는다”며 “개고기는 동물복지 문제뿐 아니라 시민의 공종보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새달 발표하는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에 남아있는 개들의 보호·관리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담을 예정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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