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강박은 사회적 타살"… 유족·환자들, '묶인 환자 사망' 병원 앞 규탄대회

이유진 2024. 8.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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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한 30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과 환자들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 정신장애인연합회는 9일 오전 11시쯤 경기 부천시 더블유(W)진병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했다.

정신장애인권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8차례의 강제 입원에서 병원은 치료가 아닌 징벌 목적으로 격리·강박을 했다"며 "약의 이름과 부작용이 궁금해 항의하자 바로 격리실에 끌려가 묶이고 투약 당한 경험은 아직도 트라우마"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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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실서 '장폐색'으로 숨진 사건
"정신병원 인권침해 점검" 촉구
9일 오후 한국 정신장애인연합회 활동가들이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5월 발생한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환자복 차림으로 부천 시내 차도를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한 30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과 환자들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 정신장애인연합회는 9일 오전 11시쯤 경기 부천시 더블유(W)진병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했다. 이 병원에선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던 박모(33)씨가 17일 만인 5월 27일 숨졌다. 박씨는 사망 전날부터 복통 등을 호소했으나 격리실(안정실)에 갇혔고, 약 2시간 동안 침대에 양손·발과 가슴을 묶이는 '5포인트 강박' 조치를 당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의식을 잃고 격리실에서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가성 장폐색'이었다. 장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음식물이 쌓이면서 복통, 변비 증상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숨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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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던 중 발언한 박씨의 어머니는 "방송에 나오는 유명 의사가 운영한다고 해서 입원했는데 2주 만에 (딸이) 죽어 돌아왔다"고 울먹였다. 그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1인실에 가두고 결박하고 죽는 날까지 안정제를 먹이는 등 이곳은 '병원'이 아닌 '지옥'"이라며 "딸의 119 신고 요청을 '또 노랫소리 시작이네'라며 무시한 병원 관계자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침대에 몸 묶고 보건소까지 행진

9일 한국 정신장애인연합회 활동가들이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유명 정신과의사의 병원 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폭염 특보가 떨어질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도 결의대회에는 정신장애 연대단체 20여 곳에서 온 약 80명이 함께했다. 일부는 직접 정신병원 입원과 격리·강박을 경험한 당사자들이었다. 정신장애인권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8차례의 강제 입원에서 병원은 치료가 아닌 징벌 목적으로 격리·강박을 했다"며 "약의 이름과 부작용이 궁금해 항의하자 바로 격리실에 끌려가 묶이고 투약 당한 경험은 아직도 트라우마"라고 털어놨다. 반희성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장도 "1인실도 아닌 곳에 격리돼 다른 여성 환자와 함께 강박당한 서로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며 "인권 침해가 만연한 곳에서 무사히 나온 제 자신을 '생존자'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국 정신병원을 전수 조사해 인권침해 실태를 점검하라는 촉구도 나왔다. 이정하 사단법인 늘봄 사무국장은 "(숨진 박씨 외에도) 수많은 정신 질환당사자가 격리와 강박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지만, 정부는 정확한 통계조차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격리·강박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전수 조사해 공개하라"고 외쳤다. 병원 앞 발언을 마친 이들은 항의의 뜻을 담아 한 활동가를 환자 침대에 눕히고 팔을 기둥에 묶어 고정시킨 뒤 관할인 부천시 보건소까지 침대를 밀며 행진했다.

이후 유족과 단체 대표단은 보건소 관계자와 만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담당자가 없어 만나지 못했다. 앞서 부천시 보건소는 W진병원의 의료 기록 등을 검토한 뒤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조사 결과를 내놨다.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상임대표는 "보건소장이 업무에 복귀하는 19일 이후 다시 면담을 신청할 것"이라며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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