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안세영 트레이너 계약 연장 수용 안 돼 퇴사" 보도자료엔 누락

조현호 기자 2024. 8. 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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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협회 보도자료 "트레이너의 파리행 거절, 사퇴"만 언급 왜?
이기흥 체육회장 "안세영 문제 제기 서툴러" 안세영 "사과, 나중에 설명"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 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 등의 문제점을 폭로하자 협회 뿐 아니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해명에 나섰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안 선수가 제기한 트레이너의 파리행 불발 사유와 관련해 트레이너의 정식 계약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올림픽 직전 계약이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는 보도자료에서 '트레이너의 정식 계약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만둔 것'이라는 언급없이 '협회가 계약 2개월 연장을 제안했으나 트레이너 본인이 파리행을 거절했다'고만 기재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현지 전화연결에서 안 선수의 작심 발언의 요인 중 하나인 한수정 트레이너의 파리행 불참과 관련해 “그 트레이너가 임용 기간이 올 6월30일까지여서 올림픽에 나갈 수가 없는데 안세영 선수가 '너무 트레이너하고 가고 싶다'고 해서 두 달을 연장을 해줬다”며 “재고용을 하려면 공고 등 절차를 밟아야 해 (협회에서) 일단 '두 달을 연장해주든가, 갔다 와서 절차를 밟자'고 얘기했다. 그 트레이너가 '나는 안 가겠다. 지금 당장 해 달라'고 해서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다. 불법이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정식 연장 계약을 해 달라는 조건을 붙인 것”이라며 “그 조건이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협회가 낸 입장문(보도자료)에 '한수정 트레이너가 원치 않아서 올림픽에 데려갈 수 없었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얘기 아니냐는 김현정 PD의 질의에 이 회장은 “같은 얘기다”라며 “연장을 정확하게 안 해 주면 안 가겠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김 PD는 “그런데 '연장을 안 해 주면' 안 가겠다라는 부분이 협회 입장문에서 빠져 있어서 일반인들이 '가기 싫어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안세영 선수의 트레이너 파리행 불발과 관련, 본인이 정식계약 연장을 요구했으나 협회가 수용할 수 없어 퇴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실제로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작성한 보도자료를 보면, 협회는 한수정 트레이너와 관련해 “계약기간이 2024. 6.30일로 종료됨에도 올림픽 종료시까지는 안세영 선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림픽 종료시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하였으나 한수정 트레이너의 파리행 거절로 인하여 선수단이 사전훈련캠프 출발일인 7월12일까지만 계약을 연장하고 계약을 종료함”이라고 기재했다.

협회는 보도자료에 첨부한 일지에도 “한수정 트레이너가 7월6일 김학균 감독을 찾아와 '그만두겠다'고 했고, 감독은 안세영 선수가 '선수로써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자꾸 요구해서 힘들다. 그래서 저도 한수정 트레이너와 그만 같이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들음”이라고 썼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9일 배드민턴협회 사무처에 '트레이너의 정식 계약 연장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그만둔 것'이라는 언급을 왜 보도자료에 넣지 않았는지를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안 선수는 지난 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계속 도와주셔 가지고 정말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됐던 거 같다”고 말했고, 우승 직후 자신의 라이벌인 중국의 천위페이 대만의 타이쯔잉 등이 전담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다고 언급해 트레이너 불참이 문제제기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이기홍 체육회장은 안세영 선수의 협찬사 문제와 관련해 다른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훈련하고 싶은데도 대회에 나갈 때는 반드시 협찬사인 요넥스 제품만 신도록 한 것은 기량과 부상에도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그러한 컴플레인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지난 7일 보도자료에 첨부한 안세영 선수의 한수정 트레이너 퇴사 과정 관련 일지. 사진=배드민턴협회 보도자료 갈무리

개인자격으로 국가대표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안 선수의 의견에 이 회장은 “불가능하다”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차트를 따라야 한다. IOC는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대표, 또 NOC는 IF(국제연맹)의 대표만 추천하게 돼 있다. 27세 넘어서 프로로 전환하는 경우는 되지만, 그 전에 개인으로 한다? 이건 허용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배드민턴협회는 보도자료에서 “협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서는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으로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이 무시될 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이탈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있으며, 그럴 경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에 있어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 회장은 안 선수의 문제제기 방식도 서투르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안세영 선수가 뭔가 하고 싶은 얘기는 있는데, 표현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지 않았나. 분명히 하고 싶은 얘기는 했는데 그 표현 방법이 좀 서투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너무 한쪽에만 지원하면 다른 선수들은 오히려 차별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세영 선수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쓴 글에서 “저의 이야기로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해 드려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수많은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고 썼다. 그는 “저의 발언으로 인해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리셔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다”며 “선수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또한 안 선수는 공항까지 온 기자들과 자신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 선수는 “저의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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