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중동전쟁 턱 밑까지 왔다”…이스라엘은 누구의 땅인가 [남기현의 해설]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4. 8. 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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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왕국은 이스라엘이 시초
BC 11세기 이스라엘 왕국 설립
초대 왕 사울, 2·3대 다윗·솔로몬
BC 587년 패망후 열강들 격전장
BC 142년 이스라엘 하스몬 왕조
이후 로마 제국에 편입됐다가
AD636~1920년 이슬람이 지배
1954년, 이스라엘 부활 선언
예루살렘의 감람산에서 바라 본 성전산 전경. 성전산 위에 이슬람 황금돔 사원이 보인다. [사진/남기현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세력들간 전쟁이 확전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5차 중동전쟁을 넘어 전세계를 강타하기 바로 직전까지 도달했다.

전쟁과 함께 퍼지고 있는 것이 ‘반유대주의’다. 아랍국가뿐 아니라 유럽,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반유대 물결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반유대주의 운동가들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핵심 이유는 다름 아닌 ‘영토’ 문제다.

이와 관련한 주장 하나를 소개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땅에 국가를 세웠다. 당연히 그 땅을 팔레스타인에게 다시 주고 떠나야 한다. 진짜 침략자는 하마스가 아니고 이스라엘이다.”

과연 이 주장은 맞는 말일까?

◆ 이스라엘 건국, 아랍의 분노

1948년 다비드 벤구리온 이스라엘 초대 총리가 텔 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포했다.

당시 유엔은 전체 팔레스타인 땅의 56%를 이스라엘에게 할당했다. 나머지 42%는 아랍권 소유, 2%는 국제 관리 지역으로 정했다.

문제는 당시 팔레스타인 거주민중 아랍인 비중이 67%로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땅 대부분(약 93%)을 점유하고 있었다.

33%에 불과한 유대인이 일거에 팔레스타인 땅 56%를 차지하게 됐으니, 아랍인들이 반발한건 일면 당연해 보인다. 유엔 조치로 인해 상당수 아랍인들이 눈물을 머금고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아랍 국가들은 분노했다. 이는 즉각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한 다음날인 1948년 5월15일,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 건국을 막기 위해 선전포고를 했다. 이것이 1차 중동전쟁이다. 이집트와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 시리아, 레바논, 예맨 등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그러나 승자는 이스라엘이었다. 전쟁 이후 영토가 팔레스타인 땅의 78%로 넓어졌다.

1967년 6월5일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당시 시나이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이스라엘 공군기. [연합뉴스]
더 나아가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의 결과로 이스라엘은 현재의 영토를 모두 확보했다. ‘하나님의 도시’ 예루살렘과 북쪽의 골란고원, 서쪽 가자지구가 이때 이스라엘에 편입됐다.

아랍인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땅을 치고 억울해할 일이다. “팔레스타인으로 불리우는 이 지역에 유대 국가(이스라엘)가 웬말인가!”

◆ 1000년 이상 지속된 아랍의 예루살렘 지배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이 이스라엘 땅의 주인공이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8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36년, 이슬람의 첫번째 제국인 칼리파 왕조가 동로마 제국과 전쟁서 승리함에 따라 로마가 지배하고 있던 이스라엘 땅이 이슬람 수중에 들어갔다.

691년 이슬람제국이 이스라엘의 솔로몬의 성전터에 만든 황금돔 사원. 만들어질 당시 이 사원은 ‘바위 사원’으로 불리었으나, 1958~1964년 요르단 국왕이 지붕에 황금칠을 하면서 ‘황금돔 사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 땅에 대한 아랍의 통치는 마지막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 제국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은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에서 독일 동맹에 가담했고 이 동맹은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연합국에 패했다.

오스만 제국은 결국 패망의 길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1920년 이스라엘 땅 관할권이 영국으로 넘어갔다. 이후 영국의 지원에 힘입어 이스라엘이 건국된 것이다.

따라서 636년부터 1920년까지 1284년간 이스라엘 땅의 주인은 아랍 사람들인 것이 맞다. 물론 중세 십자군 전쟁때 이따금 예루살렘이 유럽의 수중에 넘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기간은 아랍이 지배했다.

게다가 이 지역을 일컫는 지명마저 ‘팔레스타인’이었으니, 1000년 이상 자신들의 땅으로 여겼던 곳에 이스라엘이 건국됐을 때 아랍인들의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땅의 역사는 636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 이전을 봐야 이스라엘과 아랍의 갈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 아랍 이전엔 1000년 이상 이스라엘이 주인공…최강대국의 침략

636년 이전까지 이스라엘 땅은 로마 제국에 속했다.

이스라엘 땅에 대한 로마의 식민 통치가 시작된건 기원 전(BC) 63년부터다. 이 때부터 AD 636년까지 장장 699년간 로마의 통치가 이어졌다.

로마가 처음 이스라엘 땅을 점령했을 때 이 지역을 지칭하는 이름은 다름아닌 ‘유대’였다. 지배자는 로마였지만 이 땅은 유대인들의 터전이었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예수와 12제자들의 활동 무대 역시 유대 땅이다.

유대인들은 로마에서 독립하기 위해 여러 차례 반란을 일으켰다. 로마가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예루살렘이 폐허로 변했다. 결국 AD 70년 예루살렘 성전산에 있던 이스라엘 성전이 완전히 무너졌다.

데이비드 로버트의 1850년작 ‘예루살렘 공방전과 파괴’
로마 황제는 반란을 일으킨 유대인들에게 신물이 났다. 이윽고 AD 135년, 유대 반란을 진압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이 지역 이름을 아예 바꿔버린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팔레스티나’다. 이 때부터 이 지역 주인공은 이스라엘의 앙숙이었던 팔레스타인(블레셋) 사람들로 교체된다. 반면 유대인들은 이 땅에서 쫓겨나 전세계 곳곳을 떠돌아 다니는 신세(디아스포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로마가 유대 땅을 점령한 BC 63년 이전, 이 땅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유대인들이었다.

BC 142년부터 BC 63년까지 79년간 하스몬 왕조가 이 지역을 통치했다. 하스몬은 이스라엘의 마지막 왕조다.

하스몬 왕조 이전엔 누가 이스라엘 땅을 다스렸을까.

이 땅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대국들의 격전장이었다.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헬라(마케도니아, 셀레우코스 왕조 포함) 제국이 차례로 이스라엘 땅을 통치했다. 그 기간은 BC 587년부터 하스몬 왕조 탄생 직전까지다.

이들 대제국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지역은 명실공히 이스라엘에 속했다.

하라드 반 혼토르스트의 ‘하프를 연주하는 다윗왕’. 다윗은 이스라엘 왕국의 2대 왕이다.
BC 11세기(대략 BC 1047년경 추정) 사울에 의해 이스라엘 왕국이 수립돼 2·3대 왕인 다윗과 솔로몬을 거쳐 BC 587년까지 400년 이상 유대땅을 통치했다.

따라서 이스라엘 땅 주인공의 변천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ㅇ BC 1047년(추정) ~ BC 587년 : 이스라엘 왕국

ㅇ ~ BC 142년 :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헬라 제국

ㅇ ~ BC 63년 : 이스라엘 하스몬 왕조

ㅇ ~ AD 636년 : 로마제국

ㅇ ~ 1920년 : 이슬람(아랍) 제국

ㅇ ~ 1948년 : 영국 위임통치

ㅇ ~ 현재 :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병사들. [AFP 연합뉴스]
이 대목에서 또 한가지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BC 11세기 이전, 이스라엘 왕국이 세워지기 전 이 땅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이스라엘 왕국 이전의 유대 땅은 성경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으로 소개되고 있다.

국가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 가나안 땅은 유대인과 헷, 아모리, 히위, 여부스, 팔레스타인 등 여러 족속이 공존하던 땅이었다.

다만 당시의 팔레스타인(블레셋)과 지금의 팔레스타인 민족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고대 팔레스타인은 지중해 크레타섬에서 온 해양 민족이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현재의 팔레스타인은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 지역서 살아왔던 아랍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동문제 한 전문가는 “AD 135년 로마에 의해 쫓겨나기 전까지 이스라엘 땅은 이스라엘 사람들, 즉 유대인들이 1000년 이상 살아온 터전이었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 결국 이스라엘에게도 건국의 정통성을 주장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며 “그래서 그 어느 지역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중동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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