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3구역 5년뒤 첫 입주 …"강남 뛰어넘는 부촌 기대"
말 많았던 강북 최대 대어 '한남뉴타운'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 한강 조망권이 최상위권이라는 장점이 최대 매력으로 부각된다. 30평 아파트 값이 대략 20억원인 점도 인상적이다. 완공까지 5년 이상 걸리는 기간이 길어 보일 수 있지만 요즘처럼 수도권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 여유자금 투자처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구역마다 사업을 지연시킬 위험이 될 변수는 남아 있어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들썩거리는 한남뉴타운 가보니
경의중앙선 한남역에서 한광교회로 택시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좁고 급경사에 꼬불꼬불했다. 재개발 이주가 끝나 빈집에 붙이는 '빨간 딱지'가 동네 곳곳에 가득했다. 산꼭대기에 다다르자 쇠사슬로 굳게 닫힌 교회 건물이 나타났다. 뾰족한 첨탑으로 유명한 '한남뉴타운의 상징'이라 일컬어지는 한광교회다. 뉴타운 조합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교회 안쪽으로 들어가자 탁 트인 한강뷰가 펄쳐졌다.
서울 강북 한강변 노른자 땅으로 통하는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구역(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황제 뉴타운'으로 불리는 이곳 사업은 최근 속도에 탄력이 붙으면서 5년 정도 지나면 첫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이 이주를 '95%' 마쳤다. 2026년 일반분양, 2029년 입주가 목표다. 2구역 역시 조합원 분양신청을 끝내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들보다 사업 속도가 늦던 4구역과 5구역도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하면서 용산구 한강변 일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남뉴타운은 강남과 강북 도심권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데다 한강을 남쪽으로 보는 조망권도 강력하다. 개발사업이 가시화되는 만큼 이곳 투자를 고려한다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시기다.
한남3구역, 6006가구 매머드급 단지
한남뉴타운에서 사업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은 규모도 가장 크다. 2020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남3구역은 총사업비만 약 8조원, 예정 공사비만 약 2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다. 앞으로 한남3구역은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모두 6006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디에이치한남'으로 다시 탄생한다. 구역 전체가 언덕으로 돼 있어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권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한광교회 위치가 로열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밖에 현대건설이 현대백화점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끊임없이 받았다.
한남3구역에 관심이 있다면 올해 말로 예정된 조합장 등 임원 선거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 요소가 동시에 올라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곳에선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평형 배분 문제가 불거졌다. 조합이 새로 내놓은 촉진계획변경안이 중형(전용면적 60~85㎡) 가구 수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특정 조합원들에게만 유리하게 짜였다는 비난이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남2구역, 이태원역 가장 가까워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8만2821㎡ 땅에 새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한남써밋'을 단지명으로 정해놨다.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아 관리처분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주 작업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한남뉴타운 중에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가장 가깝다. 이태원관광특구도 접근하기 쉽다는 뜻이다.
이 구역의 가장 큰 숙제는 고도 제한 완화 여부다.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인 한남뉴타운은 현재 남산 경관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해발 고도 90m 이하로 높이 제한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고도가 높은 2·3구역이 영향을 크게 받는데, 3구역에서 층수 변경을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2구역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고도 제한을 118m까지 풀어 최고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른바 '118 프로젝트'다. 다만 고도 제한을 완화하려면 서울시에 정비계획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시는 높이 규제 완화에 회의적이다. 이 탓에 인허가 작업이 어려워졌지만 대우건설이 '프로젝트 이행이 미흡할 경우 공사비에서 물가 인상률을 차감하고 착공 기준일을 유예하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해 당장은 시공사 해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우건설과 조합의 '118 프로젝트' 관련 계약 기간은 8월 31일까지다. 조합은 이후 118 프로젝트 성과 보고를 거쳐 시공권 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일 대우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한다면 새 시공사를 찾기 위해 입찰공고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한남5구역, 노른자 입지 주목
한남5구역은 다른 구역이 대부분 가파른 구릉지에 있는 것과 달리 평지 비율이 가장 높아 한남뉴타운 중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또 강변북로와 길게 맞닿은 덕분에 한강 조망 가구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구역은 올 상반기 건축심의를 통과해 지하 6층~지상 23층 56개동 2592가구 규모 아파트로 신축할 수 있게 됐다. 당초 2555가구를 조성하려던 계획에서 37가구가 늘어났다.
'평지에 한강 조망'이 워낙 뚜렷한 특징이지만 다른 매력 요인도 많다. 초·중·고교도 도보권이고, 정통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동부이촌동과도 맞닿아 있다. 게다가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걸어서 접근이 가능해 '공(원)세권'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신분당선이 예정된 동빙고역도 가까워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5구역은 현재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해 있다. 최근 시공사 1차 입찰을 마감했는데, DL이앤씨만 입찰해 자동 유찰됐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5구역은 한남뉴타운 핵심 입지라는 생각에 조합원들이 하이엔드 주거지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며 "3.3㎡당 916만원에 공사비가 책정돼 있는데 건설사들이 적정 수준인지 따져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4구역, 일반분양 물량 가장 많아
한남4구역은 한남5구역과 마찬가지로 남산 경관 아래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가 강점이다. 조합은 서울 중심부 녹지구역이자 시민 쉼터인 남산 경관을 최대한 보호하고 입주민이 한강 조망의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용산구 보광동 360 일대 16만258㎡ 규모인 4구역은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를 통해 당초 2167가구보다 164가구 늘어난 2331가구 공급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한남뉴타운 4개 구역 가운데 대지면적은 가장 작지만 일반분양할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상가 조합원이 다른 3개 구역보다 많은 부분은 부담이다. 재개발 사업에선 주택 조합원이 상가 조합원보다 많은 것을 유리하게 생각한다.
한남4구역도 5구역과 마찬가지로 신분당선 용산 연장선이 개통될 경우 동빙고역(가칭)이 근처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과열 양상이 보이는 점은 부담이다.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공사비·입찰 기준 등을 담은 시공사 선정계획안을 발표했으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대의원회의에서 결국 부결됐다.
한남1구역도 신통기획 검토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가 싶었던 한남1구역에서도 최근 사업 재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에 다시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1만30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서쪽으로 동부이촌동, 동쪽으로는 한남동 한남더힐·나인원한남 등 전통 부촌과 인접한 데다 북쪽으로는 남산, 남쪽으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다. 최근 한남뉴타운 전체가 사업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보니 가격도 많이 상승했다. 한 가지 특징은 모든 구역 땅 지분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구역별로 사업 속도나 입지, 한강 조망, 사업성 등 측면에서 장단점이 워낙 뚜렷해 압도적인 가치 차이를 내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남뉴타운에서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빌라 매물 시세가 25억원 안팎이다. 낡은 빌라들이 많아 전세 가격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20억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해야 접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강 건너편 반포 아파트 30평대가 40억원을 넘나드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은 꽤 매력적인 수준이다. 다만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자금이 구역별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묶일 수 있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 사업 도중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정책이 바뀌는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재개발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역별로 사업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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