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상장애인에겐 6배 비싼 항공권···“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하라”
비행기를 탈 때 일반 운임보다 훨씬 비싼 항공 운임을 내야 하는 와상장애인(중증으로 누워서만 지내는 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항공사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항공사가 장애인의 비행기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상장애인 이건창씨와 장애별금지추진연대는 9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지난 6월 친구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가려고 대한항공에서 파리행 항공권을 알아봤다. 그러나 허리의 각도를 160도 이상 세울 수 없어 누워서 생활하는 이씨가 비행기에 타는 방법은 일반 항공권보다 6배 비싼 항공권을 사는 것뿐이었다. 대한항공은 의료용 침대를 이용하는 ‘의료 도움이 필요한 승객’에게 정상운임 6배의 항공권 요금을 청구하는데 항공사가 이씨 같은 와상장애인도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왕복 1500만원에 달하는 항공권을 감당할 수 없던 이씨는 유럽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씨는 진정서에서 “장애 특성에 따라 특수형태의 좌석을 요청했으나 추가 비용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한 행위는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라며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며 경제적인 차별을 감수하도록 강요한 것은 결국 항공 이동권 자체를 박탈하고 비행기 탑승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서 접수를 앞두고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가고 싶다.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비행기는 이제 보편화된 교통수단이지만 여전히 항공사는 장애인의 비행기 탑승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하고 있지 않다”며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비행기 탑승 시 정당히 제공돼야 하는 편의가 있고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는데도 ‘장애인은 6배 요금을 내지 않으면 태우지 않겠다’는 대한항공에 강력히 문제제기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동 및 교통수단 접근 시 장애인을 제한하거나 거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장애인의 비행기 이동권은 여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 비행기에 휠체어 좌석이 마련되지 않거나 공항과 비행기를 잇는 통로에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 이용자가 직원이나 동행인에게 업혀 가야 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기내 화장실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방문해 대한항공에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기내 이동권 보장과 비행기 승·하차 지원 등을 촉구해왔다.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설치하고 와상장애인을 위한 좌석 등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해외에선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5석 이상 좌석을 보유한 신규 여객기에 장애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화장실을 보유하도록 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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