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책은 독자를 쏘는 총, 독자는 책이 조준하는 과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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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은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프란츠 카프카가 말했던 '도끼'다.
책을 독자를 저격하는 총으로 바라보는 책 '독자 저격'이다.
"책은 독자를 쏠 수 있다. 독자란 책이 조준하는 과녁이다."
독자에게서 두 번 이상 독파(讀破)된 책은 그 독자의 삶에서 어엿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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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은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프란츠 카프카가 말했던 '도끼'다.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이 표현은 카프카가 1904년 친구 오스카 폴라크에게 보낸 편지에 기술된 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때 도끼라는 은유는 다소 수동적이다. 도끼를 독자의 내면에 내리꽂는 또 하나의 주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끼를 손에 쥔 자, 그의 이름은 '저자'다.
그런데 도끼보다 더 강렬한 하나의 은유가 등장했다. 책을 독자를 저격하는 총으로 바라보는 책 '독자 저격'이다. 강렬한 문장과 번뜩이는 논리 그리고 시대를 진단하는 힘이 느껴진다.
가령 이런 문장이 그렇다.
"책은 독자를 쏠 수 있다. 독자란 책이 조준하는 과녁이다."
이 책에 따르면 책은 총이다. 책은 독자를 정밀하게 조준한다.
책은 독자를 살해하기 위해 격발되는데 제대로 책에 살해된 독자는 죽지 않는다. 책에 의해 거꾸러져본 독자는 생의 길목에서 생을 주파할 힘을 얻는다.
'총'으로서의 책의 힘은 이뿐만이 아니다. 심부를 저격당한 독자는 자신의 책을 '쓸 수도' 있게 된다. 독자에게서 두 번 이상 독파(讀破)된 책은 그 독자의 삶에서 어엿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것은 한 인간이 구축한 정신 내에서의 왕좌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비유만이 이 책의 성취는 아니다. 날 선 비판으로 한국 출판시장 전체를 관조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두 부류로 나눈다. '찰나의 책' 그리고 '영원의 책'.
찰나의 책이란 이를테면 시대를 잘 만난 책이다. 찰나의 책은 일시적인 유행을 만들어내며 추종 세력을 규합한다.
그러나 이 책들은 과녁으로서의 인간을 쏘기에 부적합하다. 애당초 과녁이 불필요한 장난감 총이기 때문이다. 가짜 총으로 쏘는 가짜 격발이다. 진짜 격발은 영원의 책에서 온다.
찰나의 책은 위장된 모습으로 영원의 책을 위협한다. 찰나의 책은 가짜 격발을 진짜 폭발로 바꿔내려 치열하게 협력한다.
찰나의 책이 일으키는 먼지에 파묻히면 영원의 책은 더 이상 '쏠' 수 없다. 영원의 책은 무력해진다.
"영원의 책은 피할 수 없는 고립감과 무력감에 내몰리게 된다. 요컨대, 찰나의 책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활자들이 바로 영원의 책을 망각으로 뒤덮는 미세먼지인 것이다."
서점을 가보라. 영원의 책이 찰나의 책 사이에 숨어 기도비닉 중이다. 30년, 20년, 아니 1년만 지나도 찰나의 책은 내용은커녕 제목조차 기억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책의 패배일까, 독자의 패배일까. 아니면 찰나의 저자가 자처한 패배일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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