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쥐여준 스마트폰 '화성 아이' 키웠다
성장기 보낸 후엔 못돌이켜"
심리학자 저자, 부모에 조언
96년 이후 출생한 '잘파 세대'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 접해
아동기 때 해야할 놀이는 뒷전
실패경험 못하고 사회성 부족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 금지. 만 16세가 되기 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 감독하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할 것."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디지털 세계로 아동·청소년을 병들게 만든 어른들이 당장 실행해야 할 임무를 제시한 개혁안이다. 2008년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2010년을 기점으로 선진국에서 청소년의 사회적 박탈, 주의 분산, 중독, 불안, 우울증, 자살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급증했는데 그 원인이 아동기부터 접하는 스마트폰과 SNS에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데 따른 조치다.
신간 '불안 세대'는 하이트 교수가 스마트폰과 SNS가 아동기부터 디지털 세계를 접한 잘파세대(Z+알파세대·1996년 이후 태생)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그는 현실 세계 상호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 세대를 '불안 세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아동기 대재편'이 불안 세대에게 주체할 수 없는 불안과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인류 사회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1996년 이후 태어난 이들이 불안 세대가 된 근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동의 일상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등장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아이의 자율성을 제약하면서도 가상 세계에서는 과소보호한다는 점이다. 부모 세대는 정작 가상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보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하이트 교수의 지적이다.
그동안 세상을 바꿔놓은 인류의 힘은 서로에게서 배우는 능력과 조상·공동체가 축적한 공통의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이는 아동이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반복 경험을 쌓아가면서 쉽고 즐겁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아동기에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반면 스마트폰은 이런 아동기의 놀이 기반 경험을 차단하다시피 한다.
10대에 접어들면 매일 오랜 시간을 친구나 지인, 인플루언서의 화려한 게시물을 보는 데 쏟는다. 이들은 온라인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자동 재생 기능과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점점 더 가상 세계에 삶을 빼앗기게 된다.
특히 가상 세계에서의 사회적 상호 작용 방식은 현실 세계에서와는 정반대다. 몸이 아닌 언어만 존재하고 대화의 대상은 AI가 되기도 한다. 또 일대일로 서로가 대면했을 때처럼 동기화된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잠재적 청중을 향해 던질 뿐이다. 현실 세계 공동체 속의 인간관계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면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그냥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간 괴리 속에서 자아가 성숙하지 못하고 사회성이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불안 세대로 이뤄진 사회 집단은 개개인을 병들게 만든다.
하이트 교수는 가상 세계를 화성(火星)에 비유하면서 부모와 사회, 정부와 정보기술(IT) 기업이 다 함께 협력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어린이가 화성에서 성장 급증 시기를 겪는다면, 어른이 된 뒤 도착한 사람과는 달리 신체가 영구적으로 화성의 조건에 적응한 상태로 발달할 것이다. 화성에 적응한 어린이가 지구로 다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돌아온다 해도) 화성의 저중력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는 골격과 심장, 눈, 뇌가 변형될 위험이 높다. 어떤 회사도 부모의 동의 없이 어린이를 화성으로 데려가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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