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김경수, 친노·친문 구심점 되나…말 아끼는 이재명
“만약 출마한다면 지선 아닌 대선이 될 것”
친문 조직 ‘민주주의 4.0’도 재건 준비 박차
친명계는 불편한 기색 “특별사면권 폐지해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정부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 포함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선 그의 향후 정치 행보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졌다. 22대 총선을 거치며 이재명 전 대표 중심으로 재편된 민주당에서 친노무현(친노)·친문재인(친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비이재명(비명)계 구심점으로 차기 대선 등에 영향력을 발휘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더 큰 민주당이 되는 기회이자 민주당 인적 자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경쟁을 통해 지지받는 분이 대선후보가 되면 국민과 함께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최재성 전 의원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지사 복귀는) 이 전 대표 독주 체제의 분열 내지는 경쟁 체제를 의미한다”며 “일정 정도 지지율이 확보되면 야권이 대권을 둘러싼 아주 치열한 경쟁 체제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들은 이날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당장 정치 행보를 재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은 전선이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김 전 지사가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우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이 되면 이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김 전 지사도 입장을 밝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만약 출마한다면 지선이 아닌 대선”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다시 경남지사 선거에 나가기야 하겠는가”라며 “내년에 혹시 있을 수 있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친문 최대 조직이었던 ‘민주주의 4.0’도 재건 준비에 나섰다. 김 전 지사 복권과 시점이 맞물리며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나온다. 민주주의 4.0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함께 했던 인사들이 대부분 낙선한 상황”이라며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고 40~50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4.0은 오는 28일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조만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인데, 이 전 대표가 주장하는 금투세 도입 유예 또는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세 도입은 문재인 정부 세금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친명계에선 김 전 지사 복권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이언주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민생사범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하는 건 몰라도 (정치인 사면은) 굉장히 구닥다리 행태”라며 “향후엔 누구에 대해서도 이런 특별사면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복권 대상에 김 전 지사가 포함돼 있다면 당연히 환영할 만한 사안”이라며 “그러나 국정농단 세력 다수가 포함된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김 전 지사 등의 복권이 확정된다면 당 차원에서 입장 표명을 다시 한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의 김 전 지사 복권이 야권 분열을 일으키기 위한 술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가 억울한 면이 있어 복권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당에선 이를 야권 분열용으로, 시기에 맞춰서 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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