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공포 한방에 취약성 드러낸 비트코인 연말까지 지옥 아니면 천당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2024. 8. 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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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랠리'라더니…미국발 경기침체 우려 커지자 훨씬 더 빠지고 덜 올라

투자의 원리는 단순하다. 상승기에 많이 오르고 하락할 때 덜 떨어지는 자산을 찾는 것이다. 장이 좋을 때 많이 오르고 장이 나쁠 때 조금 떨어지면 다른 자산보다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이 좋을 때 조금 오르고 장이 나쁠 때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투자자산으로서 결함이 많다. 8월 들어 주식 채권 비트코인 금 등 투자자산들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발 경기 침체에 일본 금리 인상까지 악재가 몰아치며 자산값이 급락했다. 그러다 메가톤급 악재들이 하루, 이틀 만에 사그라들자 다시 자산값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옥석이 가려졌다. 두드러진 것이 비트코인이다. 미국발 경기 침체에 비트코인 값은 하루 새 18%나 급락해 충격을 줬다. 주식, 채권 등 다른 금융자산보다 낙폭이 2배 이상 컸다. 반등할 때도 본격적으로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비트코인의 결함이 시장에 어느 정도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금으로 대변되는 대체 자산, 금융 시스템 붕괴 시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자산이라는 비트코인의 두 속성이 현재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반감기 효과가 발휘될 연말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 변수에 휘청이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올 하반기 들어 상반기와 가장 달라진 점은 외부 변수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이다. 상반기 비트코인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뉴욕 증시 상장에 따른 전통 금융권 진출로 수요가 팽창한 것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다양한 외부 변수가 비트코인의 투자심리를 흔들면서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첫손에 꼽히는 변수는 올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가상화폐를 핵심 주제로 선정하면서 트럼프의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4에서 트럼프가 연설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히자 50여 일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7만달러를 터치했다. 그러나 이후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자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상승분을 내줬다.

두 번째 변수는 마운트곡스, 독일 정부 등의 잇단 대량매도설이다. 마운트곡스는 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지만 2014년 벌어진 해킹 사건으로 무려 85만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도난당해 파산했다. 파산 이후 20만개는 회수에 성공해 이 중 14만개 정도가 채권자에게 분배되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기다려온 채권자들이 비트코인을 분배받는 즉시 매도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거린 바 있다. 여기에 독일 정부가 지난 6월부터 한 달 동안 범죄수익으로 회수한 비트코인 약 5만개를 긴급 매도한 것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비트코인, 모든 위기에 강하진 않아

외부 변수로 휘청이는 비트코인이 중심을 잡으려면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위기에 강한 비트코인의 속성이 모든 위기에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으로 간주되는 대체 자산 속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때 주목받은 바 있다. 전쟁으로 자국 내 자산 가치가 위협받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이 비트코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비트코인 가격은 전쟁 발발 한 달 뒤 13%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자국 내 자산이 전쟁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최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중동발 긴장은 자국 내 주요 자산인 원유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처럼 비트코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전통 금융 시스템 위기가 역으로 호재인 대안 자산 속성도 현재로서는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미국 내에서 실버게이트 은행, 실리콘밸리 은행, 시그니처 은행 등이 파산하고 유럽에서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을 막기 위해 UBS와 합병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치솟았을 때 비트코인은 한 달간 50% 가까이 오른 바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를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로 해소해야 하는 현 상황은 금융 시스템 위기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

내년 기대되는 네 번째 반감기 효과

비트코인의 자산 특성이 외면받으면서 외부 충격에 가격이 일희일비하는 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친가상자산 정책이 진정성을 의심받으면서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지만 미 대선에서 가상자산이 주요 화두인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자산 업계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을 두고 벌어지는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연말 이후에는 지난 4월 시행된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 효과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반감기가 시행되면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한동안 채굴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단기 매도가 나와 가격이 약세를 보이지만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6개월에서 1년 이후에는 보상 감소에 따른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이 급등하는 패턴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후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업계는 잇달아 합병을 진행했다. 라이엇플랫폼은 블록마이닝을 인수해 업계 2위로 올라섰고, 비트코인 클라우드 마이닝 업체인 비트디어는 채굴기 제조사 데저위마이너를 약 1800억원에 인수했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운영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또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 같은 조정이 일단락되고 미국 대선이 종료되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효과에 따라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외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유명 트레이더인 피터 브랜트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하락 상황이 2016년 반감기 때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브랜트는 "2016년 7월 반감기 때 비트코인 가격은 650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474달러로 27% 하락한 뒤 2017년 12월에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며 "최근 비트코인이 5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과 비교할 때 유사한 패턴"이라고 밝혔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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