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낮거래 이렇게 불안정한 시장이었어?
이전에도 몇번 장애발생 있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라
ATS 한곳 의존하는 상황…언제든 거래중단 재현 가능성
낮 시간 미국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주간거래(데이마켓)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노출되면서 서학개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전에도 일시적인 오류, 거래 중단, 일부 종목의 거래 취소 등이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불편함을 유발해 왔지만, 이번에는 모든 거래 자체가 무효로 돌아가면서 실제 계좌에 타격을 줬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점이 나타자 미국주식 주간거래의 편리함 이면에 불안정성과 위험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많은 투자자들이 인지하게 됐다. 또 증권사마다 시스템 관리 수준이 달라 정규시장 거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졌다.
편리함만 알았던 미국 낮거래…ATS에 의해 '좌지우지'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시장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는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를 모두 취소했다. 거래 취소 다음날인 6일에도 주간거래를 진행하지 못했으며, 7일부터 현재까지는 29종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한해서만 거래가 가능한 상태다.
국내 증권사들은 오는 16일부터 정상적으로 주간거래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한국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서머타임 적용)까지 이뤄지는 미국 주식시장 거래를 뜻한다.
지난 2022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 정규시장(한국 기준 오후 10시 30분~오전 5시)과 프리마켓(오후 5시~오후 10시 30분), 애프터마켓(오전 5시~오전 7시 30분)이 열릴 때만 미국 주식 거래가 가능했다.
그러다 삼성증권이 미국 ATS 블루오션과 협업을 통해 한국 낮 시간에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뒤이어 국내 증권사들이 블루오션과 제휴를 맺으면서 주간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가 늘었다.
이처럼 서비스 제공 증권사가 늘어나며 주로 밤늦은 시간에 가능했던 미국 주식 투자가 낮에도 가능하게 되자 투자자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우리시간으로 밤에 열리는 정규시장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성 뒤에는 불안정성도 함께 존재했다. 블루오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거래가 정상적으로 체결되지 않는 문제가 고질병처럼 발생하면서 불편을 일으킨 것이다.
가장 오래 미국 주식 주간거래를 제공해 온 삼성증권의 공지를 확인하면 지난 2022년 11월 25일, 지난해 8월 7일, 11월 14일, 지난 2월 22일 미국주식 주간거래에 문제가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증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증권사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유는 국내 증권사가 주간거래를 제공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ATS가 블루오션 한 곳이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에서 시스템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증권사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는 구조다.
지난 4월 19일에는 주간거래를 제공하는 모든 증권사가 오후 12시30분께 블루오션이 서버 문제가 발생해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며 주간거래를 조기 종료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일에는 ADAGIO 메디컬 홀딩스(ADGM), MKDWELL TECH INC(MKDW) 등 일부 종목의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면서 블루오션이 이날 해당 종목의 거래를 모두 무효로 돌려 거래를 취소시킨다고 알렸다.
폭락장 대응할랬더니 무효?…"시장 믿고 거래할 수 있나"
이러한 와중 지난 5일 거래 취소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그간의 오류는 일시적인 거래 오류, 거래의 중단, 변동성이 커진 일부 종목의 거래 취소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모든 주식거래를 무효로 돌려버린 것이다.
특히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대응에 나선 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의 거래 취소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로 많은 투자자들은 ATS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주간거래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을 인식하게 됐다.
지난 5일 거래가 취소된 한 투자자는 "이런 시장을 믿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ATS 변수에 의한 거래 불안정성이 높은데도 국내 증권사는 왜 블루오션 한 곳과 협업을 하고 있을까. 현지 시각 기준 야간(한국 주간)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승인한 ATS는 블루오션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블루오션에 의한 일방적인 중단, 거래 취소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주간거래와 별개의 투자자 피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블루오션의 거래 취소 선언 이후 공매도, 미수거래 발생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은 투자자의 계좌를 원상태로 되돌려야 했는데, 이 과정이 지체된 증권사의 고객은 정규 시장이 열린 후에도 거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토스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프리마켓부터 거래를 재개했으나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정규장 시작 이후에도 한동안 거래를 시작하지 못했다.
정규장 거래에 영향을 받은 한 투자자는 "주간거래가 취소당한 건 둘째 치고 예수금이 증거금으로 잡혀서 금액 부족으로 정규장 매수도 안돼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는 "주간거래 시간에 매매한 종목도 아니고 지난주에 산 종목을 매매하지 못하게 막아두면 어떡하냐"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로 거래가 취소된 계좌는 약 9만개, 취소 금액은 약 6300억원으로 파악했다. 다수 투자자의 거래 취소가 발생한 만큼 민원이 폭증하고 있지만 증권사의 보상을 요구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이번 문제가 증권사의 시스템 오류가 원인이 된 것이 아니고 블루오션의 일방적 중단이 원인이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증권사들은 주간거래에 대한 유의 사항을 투자자에게 안내하면서 법적 책임이 없다고 고지한 상태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취득 가능한 이익의 미실현 문제나 손실발생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투자자의 자율적 투자 의사결정이 침해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개한 증권사의) 책임이 어느정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밝혀, 책임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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