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매수 몰린 글로벌 증시…"포트폴리오 '바벨 전략'으로 짜야"
기존 주도주 모두 담는 바벨 전략 유효"
글로벌 증시 폭락을 불러온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전 주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가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면서 2600선을 회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내주 발표될 7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아직 확인해야 할 지표들이 많이 남아있는 탓이다.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폭락장서도 주가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 통신·바이오주와 최근 크게 하락한 반도체·화장품·화학주 등을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바벨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감소한 실업급여 건수에 안도한 증시
9일 코스피지수는 1.24% 상승한 2588.4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2.57% 상승한 764.43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는 데 성공한 것은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주간 신규실업급여 청구건수 덕분이다. 청구 건수는 23만3000건으로 전주(25만건)보다 1만7000건 감소했다. 한달만의 최저치다. 월가 예상치(24만건)보다도 적은 수치다. 2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 7월 실업률(4.3%)이 허리케인 베릴의 영향으로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허리케인 베릴이 강타한 미 텍사스주의 청구건수가 특히 전주 대비 4800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잦아들자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미 중앙은행(Fed)가 긴급 금리 인하를 시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3일 만에 수정했다. 대표적인 '매파 중앙은행 위원'으로 꼽히는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7월 실업률을 제외하고는 고용 시장은 꽤나 건강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도한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미 S&P500지수는 2.3% 상승한 5319.31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S&P500지수는 지난 5일 급락하기 직전 수준 대비 2.3% 하락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나스닥지수도 2.87% 상승한 16660.02에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6.86% 급등했다.
○"새 주도주 후보와 기존 주도주 함께 들고가라"
그러나 오늘 장세를 '추세 반전'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유지했다. 여전히 미 경기침체 여부 논란에 대한 불씨는 살아있다. JP모건은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진입할 확률을 기존 25%에서 35%로 올려잡았다. 당장 내주 발표될 7월 미 CPI와 소매판매 수치 등도 변수다.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정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JP모건은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약 75%가 청산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반면 ING는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0엔 미만으로 떨어지면 엔케리 트레이드의 추가 청산이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도 경제 관련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변동성이 잠잠해질 때까지 '폭락장서 주가 방어에 성공한 종목'과 '낙폭과대주'를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바벨 전략'이 유효할 거라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2~8일 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주가가 상승한 업종은 통신과 제약·바이오다. 이 기간 KT와 SK텔레콤은 각각 1.03%, 0.37%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일동제약은 각각 6.92%, 4.91%, 4.49% 상승했다. 증시 하락과정에서 주가 방어에 성공한 업종이 주도주 자리를 넘겨받을 확률이 높다.
반면 이날처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잦아든 날엔 기존 낙폭과대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 2~8일 낙폭이 컸던 업종은 화장품·의류(-13.2%), 반도체(-12.6%), 화학(-11.7%), 철강(-11.6%) 등이다. 이날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각각 4.96%, 3.43% 상승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도주 후보군과 낙폭과대주의 이익 추정치 변화를 살피면서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아두는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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