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서 ‘개전 후 최대’ 지상 작전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장갑차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지상 작전에 서방 무기를 활용한 첫 사례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30㎞ 떨어진 쿠르스크주를 급습해 사흘째 지상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된 영상에 따르면 러시아 측 쿠르스크 접경 지역에 미국이 제공한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독일의 마르더 장갑차가 1대씩 서 있는 것이 보인다. WP는 다만 이 영상이 언제 촬영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WP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이 지원한 무기를 이번 공격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미국 지원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작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공격해오는 것을 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되는 지점을 타격할 목적이라면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허용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장악한 쿠르스크 영토는 350㎢에 달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영상을 분석해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지난 6∼7일 국경에서 약 10㎞ 떨어진 도로를 따라 진격하고 있으며 최소 2곳의 방어선과 1곳의 진지를 뚫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관료 출신인 군사 블로거 미하일 즈빈추크도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 3개 마을을 점령하고 더 깊이 전진하고 있으며 국경에서 약 8㎞ 떨어진 수드자 가스 시설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은 주로 자국 내로 한정됐던 전장을 러시아 본토로 옮기고, 우크라이나군이 밀리고 있는 다른 전선의 러시아 병력을 쿠르스크로 이동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러시아 본토 공격은 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민병대가 주도했다. 그러나 이번엔 우크라이나 정예 공격 여단이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에서 병력 660명, 차량 82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 주거지역과 구급차 등을 공격했다며 “대규모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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