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배달로봇 상용화에 성큼…복잡한 건널목 횡단도 '척척'[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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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불이 켜졌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서두르세요."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하고 차들이 멈춰서자 로봇이 소리를 내며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넌 뒤 빨간불로 바뀌자 로봇은 스스로 멈추어 섰다가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자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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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불이 켜졌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서두르세요."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하고 차들이 멈춰서자 로봇이 소리를 내며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이나 조종하는 사람은 없었다. 횡단보도를 건넌 뒤 빨간불로 바뀌자 로봇은 스스로 멈추어 섰다가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자 이동했다.
로봇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에는 배터리 잔량과 도로 상황 등이 표시됐다. 빨간 불은 언제 바뀌는지, 초록 불은 언제 끝나는지 초 단위로 전달됐다.
9일 오전 경기 의왕시 부곡파출소 앞에서 열린 '실시간 교통신호정보 활용 실외이동로봇' 운행 시연회에서 공개된 장면이다.
이번에 운행한 로봇은 현대자동차에서 자체 개발한 'DAL-e Delivery' 모델이다. 국내 최초로 교통신호정보 체계를 로봇에 접목했다. 한국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간으로 교통·신호등 정보를 제공하면 로봇에게 0.1초 만에 전달된다.
기존 로봇은 자체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주변 차량이나 사람에 시야가 가려지는 단점이 있다. 새로운 모델은 날씨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교통신호에 알맞게 이동할 수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경찰 순찰을 대신하거나 민간에서 배달에 활용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자율주행 순찰 로봇인 골리(Goalie)는 신호등을 카메라 센서로 인식했기 때문에 큰 차량이나 보행자가 신호를 가리면 이동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시연에선 무선으로 신호 정보를 로봇에 제공했기 때문에 기존 카메라 센서의 단점이 보완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사람도 비나 눈이 오면 신호를 보기 어려운데, 로봇이 정확히 신호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무선으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너게 만든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시연에 참석한 조우종 경찰청 교통과장은 "오늘 시연은 복잡한 도시 교통환경에서 로봇이 교통신호를 정확히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히 대응하면서 도로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앞으로 순찰을 비롯한 분야에 활용돼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백형택 로봇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배달 로봇과 순찰 로봇에 대한 실증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실외이동로봇에 대한 별도 인증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한국이 선도적"이라고 밝혔다.
실외이동로봇은 법 개정으로 지난해 말에야 바깥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10월19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고, 11월17일 지능형로봇법이 시행되면서 운행 안전 인증을 받고 보험에 가입한 실외 이동로봇은 보행자와 같은 권리를 지니게 됐다. 이전에는 법 규제 때문에 '필드테스트'조차 못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특별 단말기가 부착된 신호등만 시시각각 바뀌는 신호 정보를 로봇에 제공할 수 있다. 국내에는 약 6만개 신호등이 있는데 실시간 정보제공이 가능한 것은 이 중 3%에 불과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만약 6만 신호등이 100% 실시간 정보제공이 되면 자율주행차가 안전히 운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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