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풍 대신 동풍으로, 한반도 열대야 끝이 안 보인다

정봉비 기자 2024. 8. 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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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뀐다.

기상청은 지금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서쪽에 위치해 남서풍이 주된 바람의 방향이었다면 월요일인 12일께 북태평양고기압의 중심이 동해 상에 위치하며 동풍이 우세해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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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초반 동풍이 태백산맥 넘으며
고온건조해져 서쪽 지역 기온 높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9일 대구 수성구 상동 무학로에서 한 시민이 폐지를 쌓은 리어카를 끌고 열기로 가득한 도로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이 바뀐다. 서풍에서 동풍으로.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고기압이 견고해 전국적으로 무더위는 이어지겠지만 더위의 양상은 바뀔 수 있다. 최근까지의 더위가 따뜻하고 습한 남서풍의 영향이었다면, 이번에는 동쪽에서 유입된 바람이 산맥을 건너며 산맥의 동쪽은 덜 덥게, 서쪽은 더 덥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금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서쪽에 위치해 남서풍이 주된 바람의 방향이었다면 월요일인 12일께 북태평양고기압의 중심이 동해 상에 위치하며 동풍이 우세해질 것이라 밝혔다.

바람이 산맥을 넘을 때 산등성이를 거쳐 하강하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이 일어나는 방향이 ‘서쪽→동쪽’에서 ‘동쪽→서쪽’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 교수는 “지금까진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태백산맥의 동쪽인 강원 동해안 지역의 더위와 열대야를 심화시켰다면, 이제는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찬 성질의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강원 동해안 지역에 구름이 형성되고 비를 뿌려 덜 덥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상청 중기예보 상 다음주 강릉의 일 최고기온은 30∼31도로 현재보다 1∼3도 내려가는 것으로 나온다.

제5호 태풍 마리아 예상 이동 경로. 기상청 제공

한편 백두대간 서쪽 지역은 푄 현상과 태풍이란 변수까지 맞물려 지금보다 더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제5호 태풍 마리아가 일본 동쪽 해상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태풍 이동 경로의 서쪽이자 우리나라 동편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며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진로에 따라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고 동풍의 세기 역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풍의 강도가 세지면 강원 동해안 쪽 기온이 내려가고 서쪽은 좀 더 올라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 말했다.

폭염일수 31일로 ‘최악의 더위’로 기억되는 2018년 여름에도 태풍 ‘종다리’(2018년 7월23일~8월4일)가 서귀포 동쪽 부근까지 다가와 동풍 기류가 유입돼 태백산맥을 건너며 열기를 불어 넣어 홍천 41도, 서울 39.6도 등이 나타나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폭염이 계속됐다.

2018년 태풍 ‘종다리’ 이동 경로. 기상청 제공

지리하게 이어지는 열대야도 태백산맥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밤사이 지표면이 열을 방출하는 복사냉각 효과로 기온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뜨거운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온다면 복사냉각 효과가 상쇄돼 열대야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푄 현상으로 서쪽에 수증기 없이 건조한 바람이 불지만 뜨거운 공기가 계속 공급되며 밤에 열이 덜 식혀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8월 중순께 더위가 한풀 꺾이는 예년 여름과 달리 올해는 광복절 이후까지 폭염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상청은 중기예보를 통해 12∼19일 아침 기온 22∼26도, 낮 기온 29∼34도로,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올라 무더위와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이 많겠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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