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고위공무원 사망사건 곧 종결될 듯…“밝힐 건 밝혀야”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된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공무원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신 부검 없이 조만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시신을 인계받아 장례 절차를 진행 중이다.
9일 세종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권익위 50대 공무원 A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전날 시신을 유족들에 인계했다.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유족들도 부검을 원치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전날 오전 9시50분쯤 세종시 종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을 하지 않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주거지를 찾은 직장 동료가 119 등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권익위에서 청렴정책과 청렴조사평가, 청탁금지제도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로 근무해 왔다.
해당 부서에서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응급헬기 이용 건 등을 조사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도 했다. 당시 정무위에서는 권익위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한 경위와 이 전 대표 응급헬기 이송 건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졌다.
A씨는 정치적 논란이 큰 민감한 사건을 맡아 처리하고, 최근 권익위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지난 6월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이후 수뇌부와 의견이 달라 힘들어 했다는 지인과의 통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A씨가 남긴 짤막한 메모 형태의 유서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힘들다’는 취지의 얘기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세종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씨 빈소에서는 유족들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 조문객들을 맞았다. 전날에는 유철환 위원장을 비롯한 권익위 간부들이 빈소를 다녀갔다. 이날도 권익위 직원들의 조문이 이어졌으나 대부분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빈소에서 만난 한 유족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불만이 쌓인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을텐데 직장 일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위에서 알았으면 해소를 시켜줬어야 하는 것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궁금한 것이 많지만 지금은 장례를 치르는 게 우선이고 나중에 밝힐 건 밝혀야 하지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권익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당초 유족들이 정치권의 조문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족들의 뜻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빈소를 찾은 민주당 강준현·김남근·김현정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조문을 한 뒤 유족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이들은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고인의 명예회복”이라며 “상중인 만큼 많은 얘기를 하기는 어렵고 우선 장례를 치른 뒤 권익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지켜보고 유족들과 협의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 차원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A씨 사망 사건을 ‘정권의 수사 외압에 따른 피해’로 규정했다. 황정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A씨 사건에 대해 “생전에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 종결처리 압박을 받았고 생각과는 달랐지만 반대를 못해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는 지인과의 통화내역이 드러났다”며 “윤석열 정권 수사외압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으며, 상임위원회(정무위)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A씨 사망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전날 언론에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권익위는 이날 A씨 빈소에서도 취재진에게 “유족의 요청에 따라 고인과 친분이 있지 않은 분들의 조문과 언론사의 취재 목적 방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안내했다. A씨 발인은 10일 오전 이뤄질 예정이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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