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줘서 너무 고마워” [파리 2024]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태권도를 접한 계기는 할머니의 권유였다. 손녀가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길 바라던 그의 할머니는 김유진이 8살이 되던 해에 태권도장으로 데려갔다. 호신술을 위해 시작한 태권도였지만, 김유진은 엘리트 태권도 선수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그렇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우연한 계기에 만들어졌다.
다만 올림픽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짧았다. 김유진의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은 24위에 불과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자동 부여되는 1~5위와는 거리가 컸다. 그래서 대륙별 선발전을 거쳐야만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김유진에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김유진은 대륙별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따냈고, 올해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줄리 맘(캄보디아)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비로소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김유진은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을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은 금메달까지 오는 여정에서 모두 상위 랭커를 꺾었다. 16강전에서는 세계랭킹 5위이자 2020 도쿄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꺾었다.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이자 한국계 캐나다 선수인 스카일라 박을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세계랭킹 1위인 뤄중쯔(중국)을 눌렀다. 뤄중쯔는 2022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 챔피언이기도 하다. 결승에서는 2023년 바쿠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키야니찬데까지 꺾어냈다. 세계랭킹 5위,4위,1위,2위를 꺾어낸 것이다. 김유진이 이날 보여준 기세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김유진의 금메달은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이다. 이는 한국의 역대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한국은 2008 베이징(금 13개·은 11개·동 8개)과 2012 런던(금 13개·은 9개·동 9개)에서 따냈던 금메달 13개가 파리 올림픽 이전 역대 최고 성적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좀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금메달을 따냈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올 법 하다. 김유진은 “여태껏 운동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서 ‘내가 이까이 꺼(이까짓 거) 하나 못하겠어’이런 마음으로 올림픽에 임했다.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해서 즐기자는 마인드로 했다. 올림픽 준비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에 자신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유진의 자신감 원천은 혹독한 훈련량이었다. 그는 “매일 운동을 갈 때마다 지옥길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훈련량이 많았다. 어떤 선수가 그렇지 않았겠냐만은. 나는 정말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 하루에 2시간 이상씩 3번을 운동했다. 한 번 운동할 때마다 발차기를 1만 번씩은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메달을 딴 후 가장 떠오른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유진은 “할머니요”라고 답한 뒤 “아직 안 주무시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외쳤다.
이제 체중 조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삼겹살에 된장찌개요. 거기에 맥주까지. 올림픽을 마쳤으니 무조건 먹을 것이다. 삼겹살을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김유진의 금메달을 두고 ‘반전’이라고 한다고 전하자 그는 “반전 아니에요”라고 딱 잘랐다. 이어 “오늘 몸을 푸는데 몸이 너무 좋더라.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속으로 ‘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언더독의 반란’, ‘반전 드라마’를 써낸 김유진에게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올림픽 별 것 아니야. 너희들도 할 수 있어”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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