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떠받쳐라”… ‘검은 金月’ 이후 취득 결정한 자사주 규모만 1조원
4000억원 산다는 고려아연, 공시날 8% 올라
사장님도 자사주 매입 릴레이… “밸류업 효과도”
지난주 검은 금요일(2일)에 이어 검은 월요일(5일)로 국내 증시가 큰 폭 추락하자 상장사들이 잇달아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가 부양 수단이다. 지난 2일 이후 8일까지 상장사가 밝힌 자사주 취득 예정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우며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상장사는 34곳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선 11곳, 코스닥 시장에선 23곳이 취득 계획을 밝혔다.
올해 들어 자사주 취득 공시는 많은 편이다. 매달 평균 30여건의 자사주 취득 공시가 올라왔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급락장이 나타나면서 더 많은 상장사가 잇따라 취득 일정을 잡은 것이다. 이들 상장사가 사들이겠다고 밝힌 자사주 규모를 합치면 약 99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기업은 주가가 실적 등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될 때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경영 환경을 가장 잘 아는 회사가 회사 보유 자금으로 자기 주식을 사는 것이기에 그만큼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다고 판단해 투자 심리 개선 효과가 있다. 나아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고, 그만큼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힌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주식을 사들이는 곳은 코스피 상장사 고려아연이었다. 고려아연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 지난 5일 주가가 5.71% 빠졌던 고려아연은 공시가 나간 이날 8.66% 상승한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KT&G와 미래에셋증권이 뒤를 이었다. 지난 8일 3372억원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KT&G는 이날 장중 9만99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KT&G는 지난 5일 주가가 5.11% 하락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7일 6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직후 주가가 7.4% 올랐다. 폭락 사태 발생 전 7680원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은 5일 6660원까지 떨어졌지만, 8일 7500원에 마감하며 낙폭을 만회하고 증권주 시가총액 1위도 탈환했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협동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의 박종훈 대표는 지난 7일 의결권 있는 주식 8769주를 장내 매수했다. 2022년 10월 코스닥 상장 이후 박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의 평균 취득 단가는 2만501원으로, 총 1억8000만원 규모를 투입했다. 최대 주주인 박 대표의 지분은 20.89%에서 20.94%로 소폭 증가했다.
박 대표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기로 결정한 이유는 뉴로메카의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뉴로메카 주가는 지난 2일 7.9% 하락했고, 5일엔 17.3% 빠지며 공모가(1만6900원)에 근접한 1만8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월 2일 종가 3만8200원과 비교하면 약 51.96% 하락한 수치다. 박 대표의 첫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진 후 8일까지 뉴로메카는 2.55% 상승했다.
자율주행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도 주가가 15.75% 빠졌던 5일,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 대표는 보통주 6890주를 평균 1만6210원에 사들였는데 이는 총 1억1000만원어치에 달한다. 2만원을 웃돌았던 로보티즈 주가는 2일과 5일 각각 6.37%, 15.75% 하락하며 1만6210원까지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회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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