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신화를 화폭에 담아낸 알래스카 화가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8. 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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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의 소도시 주노에서 서퍼의 딸로 태어난 화가가 있다.

바다와 바람을 따라 유랑하는 부모 아래에서 자엿을 벗 삼아 자랐다.

그의 화폭에선 거친 바람과 세상을 삼킬듯한 바다가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한반도 서쪽의 바다를 뜻하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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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리 매닝 스페이스K 개인전
제주와 바다 자연 등에서 영감
초대형회화 다채롭게 선보여
우리 곁에 남은 것과 멀어지는 것 [스페이스K]
미국 알래스카의 소도시 주노에서 서퍼의 딸로 태어난 화가가 있다. 바다와 바람을 따라 유랑하는 부모 아래에서 자엿을 벗 삼아 자랐다. 선원으로 일하며 500톤급 선박의 항해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화폭에선 거친 바람과 세상을 삼킬듯한 바다가 주인공이다. 광활한 자연 풍경 속 인물은 존재감이 작다. 성별도 표정도 알 수 없는 모호한 인물이 그림에 등장하는 이유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차세대 화가 카일리 매닝(41)이 11월 10일까지 스페이스K에서 한국 첫 개인전 ‘황해’를 연다. 놀랍게도 한반도 서쪽의 바다를 뜻하는 제목이다. 만조와 간조의 차가 최대 9m에 달하는 황해는 민물의 토사 유입으로 바다에서 색의 경계가 뚜렷하다. 작가는 황해와 화폭 안의 구상과 추상의 밀고 당김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매닝은 거침없는 붓놀림으로 추상처럼 보이는 구상화를 구현한다

작년 베이징 X미술관과 올해 페이스 홍콩 등 아시아에서 개인전을 연 작가는 한국행을 앞두고 작업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철학과 미술을 전공한 작가답게 매닝은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넘치는 잔해와 소음, 흔적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에 무엇이 걸러지고 농축되는가?’에 대한 회화적 사유를 제목을 통해 은유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연은 종교적 경험을 준다. 유년기 자연 속에서 자라면서 살아있음에 매순간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질 수도 있음을 경험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이 팔레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라고 말했다.

머들(돌무더기) [스페이스K]
특별히 이번 전시의 ‘머들(돌무더기)’은 방한을 앞두고 제주도를 연구하면서 그린 신작이다. 제주의 거친 화산봉우리와 바람,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해안에서 자라 어업을 돕기도 했는데 제주에는 수백년 물질을 한 해녀들이 있었다. 모계사회와 제주 신화를 배우면서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제주 방언 ‘머들’처럼 제 작품을 영혼의 무더기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어, 종교적 연결고리를 느꼈어요. 제주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것이 조수간만의 차가 큰 황해로 이어졌고, 밀물 썰물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죠.”

전시장 중간에는 7m 높이 실크에 그린 대형 회화 3점을 매달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람객이 마지막 붓질이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미술과 관객 사이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베일 사이를 눈을 감고 손을 펼치고 걸으며 실크의 속삭임을 느껴보라. 이를 통해 내가 자연에서 느낀 경험과 연결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카일리 매닝 전시 전경 [스페이스K]
카일리 매닝 [스페이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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