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오더기 들여놨더니 알바 스트레스 싹...스마트 기술이 바꾼 음식점 풍경 [똑똑한 장사]
[똑똑한 장사-4]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사업 환경 변화가 빠른 곳에서 식당을 시작하고 10년 이상 운영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장수 식당들은 그만큼 다양한 고비를 극복한 사례가 많다.
서울 종각에 있는 ‘전주콩나물국밥’ 매장이 문을 연 것은 2009년이다. ‘전주콩나물국밥’의 홍승혜 사장은 2012년에 이 매장을 인수했다. 식당 운영 경험이 없는 왕초보 주부다 보니 이미 운영되고 있는 매장을 인수한 것이다. 장사가 잘되는 매장이라고 생각하고 인수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매출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익으로 남는 게 없었다.
콩나물국밥집은 점심시간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특징이 있다. 무거운 뚝배기를 운반해야 하는 데다가 바쁜 점심시간에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녀야 하는 힘든 일이다 보니 일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사라지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이 일로 부부는 크게 다퉜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진 빚을 여전히 갚아야 했던 남편은 주문결제기 하나 들인다고 매장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는 입장이었다. 500만원까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기 부담비가 걱정됐던 것이다. 홍승혜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구인난이 심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로 두 부부가 온 몸에 파스를 바르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국비 지원을 받아 테이블오더기를 설치한 후 부부의 갈등은 말끔히 사라졌다. 매장 환경이 개선돼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남편은 한 술 더 떠 서빙 로봇도 도입하자고 말할 정도다.
주문 결제에서 해방되니 홍승혜 사장은 홀과 주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빠른 주문을 소화하려면 1분 1초가 아까운데 주문을 받으려고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직률도 줄었다. 테이블오더기 덕분에 덜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젊은 고객들의 유입도 늘어났다. 광화문 종각 상권에 신축 빌딩이 많이 들어서면서 고객들의 연령도 상대적으로 젊어졌는데 20·30대 고객들은 40·50대와 비교해 원하는 서비스가 달라졌다. 언택트 주문 방식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언택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율적으로 검색하는 것을 선호한다.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보급된 기술 중 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위 품목 중 하나가 테이블오더기다. 커피 햄버거 등 휴게음식점의 경우 키오스크를 활용한 주문 결제가 인기였다면 일반음식점은 편안히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테이블오더기를 선호한다.
대도시 지역일수록 테이블 오더기 보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사업에서도 테이블오더기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언어 변경 기능이 있어 다국어 기능을 잘 활용하면 굳이 외국어 응대가 가능한 직원이 필요가 없다. 직원 호출 기능이 있어서 꼭 필요할 때는 소리치지 않고도 테이블오더기로 직원을 호출할 수 있다.
신메뉴 홍보와 판촉 활동도 쉬워졌다. 식탁 위에 있는 테이블오더기 하나 하나가 일종의 식당 미디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많은 식당의 경우 테이블오더기를 설치하고 대형 주류 회사와 공동 이벤트를 전개하거나 외부 광고를 유치해 약간의 광고 수입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자영업 현장의 가장 큰 고충은 구인난이다. 이제는 직원이 줄어든다고 서비스가 나빠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스마트 기기 작동에 익숙하다. 사람보다 기술을 선호하는 경향도 강하다. 매장에 필요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고 그 기술을 능숙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매장 운영의 효울성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고객 서비스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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