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오더기 들여놨더니 알바 스트레스 싹...스마트 기술이 바꾼 음식점 풍경 [똑똑한 장사]

2024. 8.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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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사-4]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사업 환경 변화가 빠른 곳에서 식당을 시작하고 10년 이상 운영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장수 식당들은 그만큼 다양한 고비를 극복한 사례가 많다.

서울 종각에 있는 ‘전주콩나물국밥’ 매장이 문을 연 것은 2009년이다. ‘전주콩나물국밥’의 홍승혜 사장은 2012년에 이 매장을 인수했다. 식당 운영 경험이 없는 왕초보 주부다 보니 이미 운영되고 있는 매장을 인수한 것이다. 장사가 잘되는 매장이라고 생각하고 인수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매출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익으로 남는 게 없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전주콩나물국밥 종로점을 운영하는 홍승혜씨. <부자비즈>
알고 보니 식당 운영 초반부터 매장에서 자리를 잡았던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직원들에게 휘둘리다보니 원가 관리를 전혀 할 수 없었다. 그 바람에 동업으로 함께 시작했던 친구와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직원들이 주방 근처에도 못오게 하고 퇴근 후 몰래 원가를 연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다음에는 서울 종각과 광화문 지역의 급격한 상권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도심 재개발로 들어선 신축 고층빌딩의 화려한 음식점들과 경쟁을 해야 했던 것이다.
소상공인에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위기
홍승혜씨 부부는 저렴한 메뉴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주요 식재료를 모두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깍두기 배추김치 등을 매장에서 직접 담그는 등 정성과 품질로 승부하며면서 경쟁을 이겨냈다. 당시만 해도 창업초기부터 줄곧 1인분 6000원 가격을 고수했는데 이는 식재료 하나하나 직접 장을 봐서 원가를 절감하고 대량 구매하면서 유지할 수 있었다.
홍승혜 사장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 <부자비즈>
상권 변화를 이겨내니 다음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코로나19 사태 기간에는 직장 생활을 하는 자녀들의 월급으로 적자를 메우며 버텼다. 그나마 그동안 쌓인 단골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직장인인 자녀들이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와서 부모님의 매장 일을 도와주거나 월차를 내서 돕기도 했다. 길고 길었던 코로타19 사태가 지난 뒤에는 구인난이 문제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구인 시장의 풍속도가 변해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게 직원을 구하면 장기근속하려고 하지 않았다.

콩나물국밥집은 점심시간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특징이 있다. 무거운 뚝배기를 운반해야 하는 데다가 바쁜 점심시간에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녀야 하는 힘든 일이다 보니 일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사라지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전주콩나물국밥 종로점의 홍승혜 사장이 테이블오더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자비즈>
견디다 못해 홍승혜 사장은 테이블오더기 도입을 결정했다. 마침 매장을 자주 찾던 단골 고객이 힘들어 하는 홍승혜 사장의 사정을 알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알려주며 국비 지원을 받아보라고 정보를 준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부부는 크게 다퉜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진 빚을 여전히 갚아야 했던 남편은 주문결제기 하나 들인다고 매장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는 입장이었다. 500만원까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기 부담비가 걱정됐던 것이다. 홍승혜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구인난이 심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로 두 부부가 온 몸에 파스를 바르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국비 지원을 받아 테이블오더기를 설치한 후 부부의 갈등은 말끔히 사라졌다. 매장 환경이 개선돼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남편은 한 술 더 떠 서빙 로봇도 도입하자고 말할 정도다.

주문 결제에서 해방되니 홍승혜 사장은 홀과 주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빠른 주문을 소화하려면 1분 1초가 아까운데 주문을 받으려고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직률도 줄었다. 테이블오더기 덕분에 덜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젊은 고객들의 유입도 늘어났다. 광화문 종각 상권에 신축 빌딩이 많이 들어서면서 고객들의 연령도 상대적으로 젊어졌는데 20·30대 고객들은 40·50대와 비교해 원하는 서비스가 달라졌다. 언택트 주문 방식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음식점 서비스의 개념이 바뀌다
과거에는 살갑게 대하며 밀착 관리를 해줄수록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는 서비스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따뜻한 환대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요즘 MZ 세대들은 고객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판매자와 고객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언택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율적으로 검색하는 것을 선호한다.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보급된 기술 중 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위 품목 중 하나가 테이블오더기다. 커피 햄버거 등 휴게음식점의 경우 키오스크를 활용한 주문 결제가 인기였다면 일반음식점은 편안히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테이블오더기를 선호한다.

대도시 지역일수록 테이블 오더기 보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사업에서도 테이블오더기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전주콩나물국밥 종로점 매장 안 모습. <부자비즈>
테이블오더기 도입 후 직원들의 동선이 줄어들어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만 덩달아 매출이 상승했다는 음식점도 많다. 식사를 하다가 직원을 호출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편하게 주문을 할 수 있다보니 음료나 주류, 사이드 메뉴 등 추가 주문이 자유롭고 편해진 덕분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테이블오더기를 활용해 판매 프로모션에 활용하거나 관광객을 대응하는 등 우수한 활용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언어 변경 기능이 있어 다국어 기능을 잘 활용하면 굳이 외국어 응대가 가능한 직원이 필요가 없다. 직원 호출 기능이 있어서 꼭 필요할 때는 소리치지 않고도 테이블오더기로 직원을 호출할 수 있다.

신메뉴 홍보와 판촉 활동도 쉬워졌다. 식탁 위에 있는 테이블오더기 하나 하나가 일종의 식당 미디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많은 식당의 경우 테이블오더기를 설치하고 대형 주류 회사와 공동 이벤트를 전개하거나 외부 광고를 유치해 약간의 광고 수입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테이블오더기 설치 전 주의할 점
하지만 아직 단순 기능으로만 테이블오더기를 활용하는 매장이 대부분이다. 테이블오더기 활용법에 익숙해지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자면 테이블오더기를 설치할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결제 방식도 선불결제 후불결제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음식점의 메뉴 특성에 따라서 결제 방식이 매출이나 직원 동선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객단가가 높고 고깃집이나 주점처럼 추가 주문이 많은 매장들은 운영이 조금 더 번거롭더라도 후불 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전주콩나물국밥 종로점에 설치된 테이블오더기. <부자비즈>
테이블오더기가 VAN, PG사 등 어떤 결제 방식으로 연동되느냐에 따라 수수료도 달라지므로 이점 또한 점검해야 한다. 가격 차이가 조금 있지만 거치대 종류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자유롭게 회전이 가능한 것을 선택하느냐 고정형이냐에 따라 고객의 사용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그레이드 방식을 배울 필요도 있다. 더 자유롭게 홍보 활동이 가능해지고 실시간으로 메뉴 변경이나 업데이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 현장의 가장 큰 고충은 구인난이다. 이제는 직원이 줄어든다고 서비스가 나빠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스마트 기기 작동에 익숙하다. 사람보다 기술을 선호하는 경향도 강하다. 매장에 필요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고 그 기술을 능숙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매장 운영의 효울성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고객 서비스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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