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취임에 화난 조국 “광복절 기념식 안 가겠다”

김동환 2024. 8. 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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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SNS에서 “광복회장 표현 빌리자면 ‘밀정’이 국정 갖고 놀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임명 과정에서 ‘역사관 논란’이 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취임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오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9일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종찬 광복회장님 표현을 빌리자면 ‘(일본) 밀정’들이 국정을 갖고 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같은 날 혁신당의 최고위원회의 기사도 공유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권은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대한민국을 재생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 작정인가”라며 “‘일제시대에는 우리 국민은 없고 일본 신민만 있었다’고 주장한 김형석 교수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다”고 날을 세웠다.

황 원내대표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국민 손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에 친일 정권이 오물을 뿌리는 형국”이라며,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반대하며 건립한 독립기념관장으로 뉴라이트 역사 왜곡 앞잡이를 앉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민족에 대한 만행”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목에서 황 원내대표는 ‘김형석씨는 1945년 8월15일은 광복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시작됐다면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헌법정신을 부정한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서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 시대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일본 신민이었다고 말했다’ 등으로 거듭 김 관장을 겨냥했다.

혁신당은 ‘정부의 친일 인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규탄 및 임명 철회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도 알렸다. 국회의 임명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김 관장을 계속 눌러 앉힌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된다면서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앞서 국가보훈부는 지난 6일 임기 3년의 독립관장직에 김 관장을 임명했다.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보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 관장은 최종 후보 3명 중 한 사람이었다. 총신대 교수를 지낸 김 관장은 2003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맡았으며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총장, 안익태재단 연구위원장, 통일과나눔재단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

김 관장이 후보에 오르자 광복회 등 단체는 즉각 철회와 재선정을 요구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인사들을 추천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역사적 정의에 반한다”며 “선임 과정에서 독립 정신이 훼손되고 우리의 정체성이 유린당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 관장 임명 이튿날인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자신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에 취임식 후 기자회견에서 “뉴라이트라는 개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과거에 학생운동권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지칭하는 것 같고, 역사학계에서는 일제 식민 지배에 동조하는 입장을 펼친 학자들을 말하는 것 같다”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이 되질 않으며, 내가 뉴라이트라는 얘기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 김형석 신임 관장 임명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천안=뉴스1
 
시민단체나 야당의 사퇴 촉구에는 “왜 사퇴하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사퇴할 이유나 생각도 없다”면서 “정부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2027년 8월7일까지 성심껏 근무하겠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독립기념관장 면접 당시 ‘일제 시대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답변한 것을 놓고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때 왜 일장기를 달고 뛰었겠느냐. 일본 국적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나라를 빼앗겨서 일본 국적이 되지 않았나. 그 국적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변한 것으로 당시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관장은 ‘건국절 논란’을 놓고도 “대한민국 건국 문제는 크게 민족주의적 사관과 국가주의적 입장이 있고, 이를 토대로 건국 시점을 1919년, 1948년으로 보느냐에 따라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1919년 3·1운동으로 말미암아 독립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하게 됐고 1919년 4월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시작됐다”며 “1945년 8월15일 해방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주권을 되찾지 못하고 3년간의 군정기가 있어 1948년 8월15일 날 비로소 국민과 영토와 주권을 완전히 되찾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피 흘려 희생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폄훼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역사 문제로 더 이상 극단적인 대립을 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하나가 돼서 미래를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서는 “홍 장군은 우리 독립운동사에 가장 위대한 독립운동가 중에 한 분”이라며 “역사학자 입장에서 볼 때는 홍 장군이 어디에 계시는 것이 더 좋겠느냐라고 한다면 사관생도들이 교육받는 장소보다는 무장 항일운동에 큰 기여를 하셨던 여러분들을 함께 모신 독립기념관이 더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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