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집어등 꺼진 '어둠의 제주 바다'.. 어민들 "죽을 맛"에 값은 고공행진
4~6월, 9월 조업기

“바다에 집어등 밝힌 배들 있잖아요. 한치 어선이 아니라 갈치 어선이에요. 보세요, 레이더에도 저희 배 밖에 없잖아요. 몇 년 전만해도 너도나도 한치 잡으려 어선끼리 너무 붙어서 위험하다 고성을 질렀는데.”
지난 6일 오후 제주시 화북포구. 어민들이 한치 잡이 준비에 한창이었을 시간이지만 적막만 흘렀습니다. 포구엔 정박된 어선만 수두룩했습니다. 어선만 멀뚱히 바라보던 어선 선장 허 모 씨는 요즘은 조업을 나가면 손해랍니다.

“한 달 넘게 안 나갔어요. 가면 적자거든. 활어차에서 한치 ㎏당 3만 원 받는데, 조업 다녀오면 기름 값만 17만 원이에요. 나가서 한치 5㎏ 잡으면 15만 원인데, 기름 값도 못 건질 바다에 누가 나가겠어요?”
그러면서 이 선장은 “갈치 철이긴 한데 아직 씨알이 굵진 않아서 조업을 적극적으로 할 시기는 아니죠. 한치를 잡아도 물이 뜨거워서 익어버릴 수준으로 다 죽어버리니까 내가 아주 죽을 맛”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 "물이 뜨거워 한치가 익는다"
6t짜리 어선을 타고 화북포구 북쪽 4㎞ 해상으로 가봤습니다. 이맘때면 제주 앞바다가 집어등 밝힌 한치 어선으로 불야성인데, 주변에 배가 없었습니다. 저 멀리 집어등을 밝힌 배는 모두 갈치 잡이 어선들이었습니다.
선장이 방송으로 “현재 수온 28.1도입니다”라고 알렸습니다. 고수온이었습니다. 얼마나 잡힐까 저마다 인조 미끼를 던지고, 낚싯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챔질을 해댔지만, 1시간 만에 첫 입질이 왔습니다. 기대했던 한치가 아니라 오징어였습니다.
“에이, 오징어네”라는 낚시꾼. 허탈해하며 계속 낚시를 이어갔지만 한치는 정작 다른 낚시꾼이 출항 2시간 만에 건졌습니다. 이마저도 힘없이 축 늘어졌습니다. 어창에 얼음을 넣어 봐도 별 소용없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한치는 고유의 밝은 빛깔을 유지 못 하고 어두운 갈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렇게 5시간 동안 이어간 조업에서 잡힌 한치는 10~20마리 정도. 낚시 좀 해본 강태공 4명이 매달린 끝에 잡은 양입니다.
“이게 예전 같았으면 저 혼자만 40~50마리는 낚는다고요”라며 혀를 찼습니다. 한치 조업이 이렇게 안 되는 건 너도나도 고수온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오늘 제주항 앞바다 표층 수온을 보니 30도가 넘습니다.
평년 27도보다 3도 가까이 높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상에서 5~6도가 오르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게 수산전문가들 설명입니다. 평년보다 수온이 3도 올랐으니 어종이 느낄 체감온도를 육상에서 환산하면 20도에 가깝겠네요.
이제 한치가 4~6월, 9월에 더 잘 잡히는 걸 몇 년 전부터 어민, 낚시꾼들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 "이러니 한치 한 접시 7만 원"
도대체 한치가 얼마나 사라졌기에 어민들도 혀를 차고, 일반 도민들도 한치가 금치라고 하는걸까.
도내 수협 중 유일하게 생물 한치를 위판하는 성산포수협의 지난달부터 지난 7일까지 위판량은 1.7t 입니다. 지난해 3t과 비교해 거의 반토막입니다. 생물 한치 ㎏당 6만 원에 육박합니다.
이렇다 보니 식당에서 한치 먹으려면 최소 5만 원. 비싸면 7만 원 넘는다고 어민들은 얘기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한치 위판량은 28t입니다. 지난해 75t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위판가도 ㎏당 3000원 뛰었습니다. 이처럼 조업이 안 되니 위판 물량도 줄고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어민들은 “활어차 업자들이 한치 매입가를 ㎏당 3만 원에서 올리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어민들이 조업으로 잡아봤자 남는 게 없다며 조업을 아예 나가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한치 조업도 안 되고, 공급 물량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도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사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치가 된 겁니다.
창꼴뚜기 어종인 한치는 서식 수온이 15~28도인 난류성 어종입니다. 서식 수온 폭이 꽤 크지만 수온이 너무 높아도 쉽게 폐사합니다. 그래서 어민들은 어렵게 잡은 한치를 살리려고 깊은 수심 바닷물을 끌어 올리거나 큰 얼음덩어리를 어창에 집어넣습니다.
그래도 역부족입니다. 변온생물인 한치가 급작스럽게 변화한 수온을 견디기가 만무하죠. 단 5시간만의 한치 잡이 어선 체험이었지만 어장을 뒤흔든 고수온 여파는 어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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