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위상 훌쩍"… 알로드, 69조 랩 다이아 시장 '번쩍'

황정원 기자 2024. 8. 9. 14: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EO초대석] 강성혁 알로드 대표
국내 최초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 성공
반도체 공정과 80% 유사… K기술력으로 품질↑
알로드는 국내 최초,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한 KDT다이아몬드가 만든 주얼리 브랜드다. 부친 강승기 대표에 이어 강성혁 대표가 2대째 다이아몬드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진=알로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랩 다이아) 공법의 80%가 반도체 공정 기술과 비슷합니다. 반도체처럼 랩 다이아 기술도 세계적으로 한국산이 최고로 인정받는 날이 올 겁니다."

강성혁 알로드 대표(33세)의 눈이 반짝인다. 젊은 사장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듣는 이의 고개도 절로 끄덕여진다.

랩 다이아 전문 브랜드 알로드를 운영하는 KDT다이아몬드는 국내 최초로 화학기상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 CVD) 공법의 보석용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한 곳이다.

'랩그로운'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키웠다는 뜻이다. 인공적으로 생산됐지만 외형적, 물리적, 화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흡사하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똑같다고 한다. 2018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다이아몬드 정의 안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도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것이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지만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천연 대비 약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다이아몬드가 좀 더 친근해진 이유다.

다이아몬드 애널리스트 폴짐니스키 보고에 따르면 2015년 10억달러(1조3000억원) 수준이던 랩 다이아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3년 120억달러(16조5100억원)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2025년 499억달러(68조6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혁 알로드 대표가 종로 본사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알로드
강 대표는 원래 아티스트를 꿈꾸던 미술학도였다.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부친의 뒤를 이어 다이아몬드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8년부터다. 가업을 잇기 위해 홍콩으로 다시 날아가 GIA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땄다. 아버지 강승기 KDT다이아몬드 대표는 1987년 개업해 평생을 주얼리 산업에 몸 바친 보석 전문가다. 2018년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송오성 교수팀과 합성 다이아 개발을 시작했고 2021년 국내 최초로 생산에 성공했다.
이 연구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여덟번째 랩 다이아 기술 보유국이 됐다. 현재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이스라엘 ▲한국 8개국뿐이다.


목숨걸고 개발한 우리 기술 랩 다이아


"랩 다이아는 두가지 방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고압고온(HPHT) 공법은 천연 다이아몬드가 탄생하는 것과 유사한 조건으로 만드는 방법이에요. 이름처럼 흑연에 압력과 고온을 가하는 거죠. CVD 공법은 진공 용기 안에 '다이아몬드 시드(씨앗)'를 넣고 메탄가스 등을 가열해 탄소 원자를 결정화하는 방식이에요. 반도체 적층과 거의 동일한 기술입니다. CVD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품질이 좋은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만큼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강 대표는 랩 다이아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다. 개발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목숨을 걸고 개발했다"고 답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하필 개발 시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였다. 문밖으로도 나가면 안 되는 시기에 미국, 인도, 싱가포르 등 세계를 누비며 연구·개발을 했으니 목숨을 걸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2022년 여름이었어요. 양산 시스템을 갖추고 난 뒤 처음으로 더 현대 여의도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12일 만에 1억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고 곧장 새로운 숙제가 생겼어요. 이제는 '다이아몬드'가 아닌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알로드다. 브랜딩에 꼬박 9개월을 쏟은 뒤 지난해 3월 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첫 데뷔를 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내 알로드 매장 전경. /사진=알로드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한 1세대 회사들은 합성 기술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랩 다이아를 키운 그대로 판매하는 거죠. 저희는 오랜 세월 주얼리 산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업력을 바탕으로 세공, 디자인, 브랜딩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게 알로드 만의 강점입니다."
KDT다이아몬드가 기업 간 거래(B2B)와 소비자 거래(B2C)를 두루 커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아직은 알로드를 통한 B2C 비중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B2B를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도 '수랏'(Surat) 지역에 다이아몬드 공장도 짓고 있다. 수랏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 물량의 95% 이상을 연마하는 곳이다. 자유경제구역으로 관세가 면제돼 수출에도 이점이 많다. 공장 규모는 2000㎡로 설립 첫해 3만6000 캐럿, 향후 연간 10만 캐럿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공 시기는 올해 9월 말이다.


세계 최고 반도체 강국이 만든 랩 다이아


현재 자체적으로 랩 다이아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브랜드 사업까지 하는 글로벌 브랜드는 드비어스가 유일하다.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가 그 뒤를 이어 2022년 자회사 'LVMH럭셔리벤쳐스'를 세우고 이스라엘 랩그로운 다이아 기업 '루식스'에 9000만달러(약 1240억원)를 투자했다. 스와로브스키, 프라다 등 많은 브랜드가 랩 다이아 라인을 출시했지만 모두 나석(원석을 가공한 것)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든다. 이처럼 기술과 디자인을 모두 갖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국내 브랜드나 주얼리 업체 역시 대부분 나석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국내 합성 다이아몬드 수입액은 ▲2021년 660만달러(약 91억원) ▲2022년 930만달러(약 128억원) ▲2023년 1426만달러(약 196억원)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랩 다이아 시장규모 역시 ▲2021년 350억원 ▲2022년 500억원 ▲2023년 800억원으로 성장세다. 올해 시장규모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수랏 지역에 짓고 있는 KDT다이아몬드 공장 조감도. /사진=알로드
강 대표는 인도 공장이 완성돼 자체 랩 다이아 생산량이 늘어나면 다이아몬드 수입으로 인한 외화 유출을 막는 데 상당히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년 뒤에는 국내에 다이아몬드 원석만 생산하는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품질의 랩 다이아를 생산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이아 생산에 가장 중요한 두가지가 전기와 메탄가스인데 한국은 이미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어 둘 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양산이 가능합니다. 특히 주원료인 메탄가스는 아주 순도가 높습니다. 세계적인 합성 다이아 생산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만든 원석의 순도가 99.99%인데 우리가 만든 다이아는 99.99999%입니다. 품질이 몇 단계나 더 높은 거죠. 한국 랩 다이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강 대표는 알로드를 K랩 다이아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꿈이다. 기업들에는 세계적인 품질의 나석을 공급하고 소비자에게는 랩 다이아 주얼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 최근 알로드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강 대표의 포부가 꿈만은 아닐 듯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다 보니 국내 주얼리 브랜드가 경쟁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다만 최근 K브랜드들이 해외에서 디자인과 제품력을 인정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으니 알로드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주얼리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알로드는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에 모두 진출해 올해 8월 기준 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성혁 알로드 대표. /사진=알로드
▶ 강성혁 알로드 대표 프로필
1990년 출생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 졸업(순수미술 전공)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국제보석감정사
2022년 알로드 대표이사
2018년 KDT다이아몬드 총괄이사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