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이커머스·PG사 판매대금 별도 관리 고심 중인 정부

김유진 기자 2024. 8. 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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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소비자 보호, 전 사업자 규율 필요
영세 사업자, 규제 강도 높으면 부담
지급보증보험 거절 가능성도 있어
조만간 판매대금 관리 대상·비율 결론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피켓을 들어 구제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의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판매대금을 100% 분리 관리하도록 규제 강도를 높이려고 하지만, 자칫 영세한 이커머스·PG사의 규제 준수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규모 이커머스·PG사에 한해 규제 강도를 낮추면 판매자·소비자 보호 기조에 어긋날 수 있다.

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PG사에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커머스·PG사가 판매대금을 마음대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정부는 판매대금 유용 시 이커머스업체와 PG사가 각각 과징금,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커머스·PG사의 판매대금을 별도 관리하게 한다는 큰 틀을 잡았으나, 의무 적용 대상과 별도 관리 판매대금의 비율을 정하는 데 있어 고민에 빠졌다. 모든 업체의 판매대금을 100%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면 소비자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다. 대형 업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된다고 해도 판매대금 전부를 분리해 관리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커머스·PG사의 경우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많아 이들이 높은 규제 강도를 감내할 수 없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전체 사업자에 대해 판매대금 100%를 별도로 관리하라는 의무를 부여했을 경우 영세 사업자의 경우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판매대금을 별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판매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일정 보증료율을 내고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편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세 사업자의 경우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다.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 회사가 판매대금 지급 불능이 되면 이를 대신 떠안아야 하는 서울보증보험은 회사의 재무구조, 계약의 형태 등을 여러모로 따져본 뒤 보증을 설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영세 사업자일수록 판매대금 전부를 은행에 예치·신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렇다고 해서 영세 사업자의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배제한다면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규모가 작더라도 보통 연간 수십억원의 판매대금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판매대금을 유용할 경우 다시 판매자·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이커머스·PG사가 판매대금을 은행에 예치나 신탁 형태로 들고 있어야 하고, 이게 어렵다면 지급보증보험을 가입하면 된다”라면서도 소규모 업체들까지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화를 적용하는 데 대해서 “굉장히 고민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형 업체에 대해 규제 강도가 높으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소형 업체의 경우 사고 발생 시 파급력은 작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은 크다는 문제가 있는데 대형 업체와 관리·감독의 차별을 두는 게 맞는지 고민이 크다”라고 했다.

정부는 이커머스·PG사보다 앞서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의무가 부여된 선불업자의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관리하는 선불업 사업자의 경우 선불충전금 전액을 은행에 예치·신탁하거나 이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만큼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다만, 영세사업자의 경우 발행 잔액 30억원 미만,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 미만이면 선불업 등록 의무가 면제된다. 만약 이커머스·PG사의 판매대금 관리가 선불업과 유사하게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는 형태로 가게 된다면, 영세 사업자에는 판매대금 관리 부과 의무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내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PG업계와 판매자, 소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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