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업 키우면 뭐하나…인식 개선 없이는 한계"
창업 지원 넘어 해외 수출 지원안 마련 주문도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2028년까지 장애인기업 20만 개까지 키우겠다는 5개년 육성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본계획에 장애인기업 제품 우선구매비율 2% 상향 등이 포함됐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인기업들은 또 창업자 양성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도울 만한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성섭 중기부 차관은 9일 서울 영등포구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장애인기업 활동 촉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중기부가 마련한 5개년 '제1차 장애인기업활동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카이블루버드, 솔로몬산업, 부국, 죠이라이프 등 장애인기업 대표와 박마루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장애인기업들은 기본계획이 포함된 기업상장 지원방안 중 장애인기업제품 우선구매 비율 상향(1→2%) 목표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시각 장애를 가진 유종국 솔로몬산업 대표는 "우리 장애인기업들은 약자 기업이라는 이유에서 공공기관 입찰 우선구매 비율을 1%만 보장받고 있다"며 "(중기부가) 이를 2%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더 높여야 한다. 여성기업(우선구매 비율)과 동등한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다음에 연간 구매실적을 공공기관, 지자체, 정부부처 경영평가 때 체크해서 (점수에) 반영해야 한다"며 "실적을 체크해야 공공기관에서 (우선구매 비율을) 지키지 않겠냐. 그래야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여성기업과의 계약을 매년 일정비율(물품·용역 5%, 공사 3%) 이상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장애인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의무구매 비율 상향과 더불어 담당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도 했다.
전찬운 동원엘리베이터 대표는 "(우선구매 비율을) 1%에서 2%로 샹향한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게 5%건 10%건 중요하지 않다"며 "현실에서는 (2% 구매가) 안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실무자들의 인식이 더 문제"라고 전했다.
항공 촬영장비를 판매하는 스카이블루버드 김진현 대표는 "입찰을 할 때나 수의계약을 할 때 담당자를 만나 우리가 장애인기업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어필을 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담당자의 이런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다른 정책지원은)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권성민 죠이라이프 대표는 장애인기업의 수출 시장 개척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기업에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권 대표는 "내수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수출 쪽으로도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아 매출을 일으키고 싶다"며 "장애인기업의 수출에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권 대표의 어머니 정난희 죠이라이프 공동대표는 "자사는 화장품을 연구개발해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하고 있는 기업이며 장애인 30~40명이 장기근속 중"이라며 "장애인 기업 중 수출이 가능한 기업을 발굴해 중점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을 한번 만나서 (수출 계약을) 따내기는 상당히 어렵고 만나기 위해서는 또 해외로 가야한다"며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장애인기업이 제품을 해외 시장에 알린다면 외화도 벌어들일 수 있고 일반 기업들과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기업에 대한 수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기부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장애인기업의 성장을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김성섭 차관은 공공구매 의무 비율 상향과 인식 개선 요구에 대해 "공공기관 직원 입장에서 보면 '내가 왜 장애인기업 제품을 사야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 같다"며 "관련 부분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해서 시정 권고도 하고 권유도 해서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홍보하겠다"고 답했다.
김 차관은 "특히 해외 진출 지원과 해외 박람회 기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특히 공감한다"며 "수출을 따내려면 (박람회를) 1, 2년 다녀서 되는게 아니라 5년이고 6년이고 꾸준히 다녀야 한다"며 "중소기업 전체 수출 지원 예산을 할당을 받아 장애인기업 대표단을 꾸려 (박람회 등을) 갈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박마루 장애인기업종합센터 이사장은 "장애인기업활동촉진 기본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센터 내에 '혁신팀'을 만들었다"며 "우리 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 우리 장애인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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