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은커녕 현실은 지하 5층…깊숙이 박힌 전기차 충전시설

유영규 기자 2024. 8. 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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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전기차 충전소

최근 지하나 타워에 주차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내 초고층 빌딩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하 3층보다 더 아래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8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와 소방당국이 지상에 가까운 지하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한 것과 달리 건축법상 초고층 빌딩으로 분류되는 50층 이상 건물 대부분은 4층과 5층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 잠실 롯데타워는 지하 4층까지, 2~4번째로 높은 부산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와 타워 A, B동은 지하 5층까지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로 높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은 지하 3~4층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습니다.

일곱 번째로 높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80층 규모의 아파트는 지하 5층에만 입주민을 위한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최근 전기차 화재 공포감이 확산하자 충전시설이 너무 지하 저층에 있어 불안하다는 주민 의견 커뮤니티에 다수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만 지하 저층에 충전시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 5층~지상 43층 규모의 부산진구의 한 호텔 건물은 지하 4층에 급속 및 중속 충전시설이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한 오피스 건물과 사하구의 쇼핑몰 건물은 최저층인 지하 5층에만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소방 당국이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화재 발생 장소는 다중밀집시설로 이용되는 고층건물의 지하 주차장 화재입니다.

많은 양의 연기가 순식간에 지상층으로 올라가는 데다 연기를 뚫고 진입로를 확보하고 장비를 진입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심화하기 전 초기에 진화하는 것이 관건인데 지하 저층에서 발생했을 경우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깊은 지하층은 소방 차량과 진압장비 투입이 어렵다"며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지하 주차장은 특별히 스프링클러 등 화재 진압 관련 자체 소방시설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충전시설이 지하 저층에 위치한 이유는 안전보다는 편의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건물이 설계되거나 시설을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다중밀집건축물의 경우 주차면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하 1층~3층에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일반 주차면 수가 줄어들게 돼 주차장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됩니다.

고층 건물의 경우 지상 주차장을 두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이나 충전시설이 지하 깊숙이 밀려나기 다반사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6월 충전 기반 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충전기는 지하 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도록 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지하 3층 제한은 새로 건축허가 받는 건물에만 적용되며 기존 충전시설은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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