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 니코틴' 담배의 현실

이세영 2024. 8. 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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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겉보기엔 담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담배가 아닌 것이 있다.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담배를 말한다. 합성 니코틴 담배는 일반 담배와 똑같은 용도로 쓰이지만, 국내법이 정한 담배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합성 니코틴 담배는 담뱃세도 내지 않고, 청소년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합성 니코틴 제품을 규제하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K스토리 제작진은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합성 니코틴 담배'에 대해 알아봤다.

◇ '담배'의 진짜 정의

담배사업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 담배는 이 담배사업법에서 말하는 '연초 잎'을 사용한 담배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반면, 합성 니코틴 담배는 청소년에게 판매하거나 금연 구역에서 피워도, 경고 그림 및 문구를 표시하지 않아도 담배에 붙는 세금이나 관련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해외의 경우 이미 다른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엄연한 담배"라며 "우리나라가 합성 니코틴 담배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합성 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규정하지 않아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작진은 서울 양천구의 한 학교를 찾아가 봤다. 이곳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나란히 있는데 학교 정문에서 채 50m가 되지 않는 거리에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 판매점이 버젓이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다. 인근의 다른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을 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내부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복숭아, 레몬 맛 등 다양한 합성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가 자동판매기에서 마치 음료수처럼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무인 담배판매점 62곳 중 52곳(83.9%)은 출입문이 상시 개방돼 있었고, 성인 인증 장치(신분증·신용카드)도 부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39곳(62.9%)은 출입문에 '19세 미만 출입 금지' 문구가 붙어 있지 않았다.

또, 실제 제품 구매 시도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3%(30곳)는 성인 인증 장치가 부착돼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 신분증을 이용해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시내 곳곳, 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합성 니코틴 담배판매점이 청소년 흡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 '규제 빈틈'에 폭풍 성장한 합성 니코틴 담배 시장

최근 합성 니코틴 담배 시장은 급격히 성장해, 국내 액상 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92%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량은 2021년 97톤에서 지난해 200톤으로, 2년 사이 수입량이 2배 이상 많이 증가했다.

합성 니코틴 원액은 최대 90배까지 희석해 판매할 수 있어서 이를 고려하면, 합성 니코틴 담배의 국내 유통량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합성 니코틴 담배 유통은 온라인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액상 전자담배 중 92.2%는 합성 니코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청소년이 성인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손쉽게 계정을 생성해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액상'을 검색하면 각종 합성 니코틴 담배를 추천하는 영상이 넘쳐나고, SNS에는 청소년들이 제품을 '댈구'(대리구매)하고 남긴 후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반 담배는 SNS나 공공장소 등 지정되지 않은 매체에서는 원천적으로 광고가 금지돼 있지만, 합성 니코틴 담배는 이런 규제를 모두 피해 가고 있다.

이러한 규제 공백으로 인해 새고 있는 세금 규모도 매우 크다. 현재 일반 담배와 천연니코틴이 포함된 액상 전자담배에는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세금과 부담금이 붙는다.

하지만 합성 니코틴 담배에는 이 같은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합성 니코틴 수입업체에는 합성 니코틴 담배가 조세회피 수단으로도 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합성 니코틴 액상 담배의 경우 식품 안전 규제나 유해성 검사 없이 유통돼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각종 문제가 드러남에도 정부는 합성 니코틴 담배가 가진 독성이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담배의 범위를 합성 니코틴 담배까지 확대하는 취지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합성 니코틴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규제에 반대한 탓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합성 니코틴 담배.

정부는 이제라도 합성 니코틴 관련 규제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때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 프로듀서 : 이동칠, 구성 : 민지애, 프로듀서 : 이세영, 내레이션 : 유세진, 촬영 : 김혜리·박소라, 취재협조 :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연출 : 명준희>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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