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발언 파문, 韓 체육 '헤게모니 싸움' 확전 조짐까지[파리올림픽]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4. 8. 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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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5일(현지 시간)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O 황진환 기자


한국 스포츠계에 큰 충격을 안긴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의 이른바 폭탄 발언. 한국 체육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리전 양상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2 대 0으로 완파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MBC 해설위원 이후 28년 만의 한국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안세영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의 관리가 소홀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표팀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문체부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또 다른 종목 단체들도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는 방침도 내놨다.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7일 "이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가 선수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 기자


이에 대한체육회도 해당 발언과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외부 감사 전문가 4명(감사원 출신 감사관, 대한체육회 청렴시민감사관[경찰 수사관 출신], 국민권익위원회 출신 감사관, 여성위원회 위원)과 대한체육회 법무팀장(변호사), 감사실장 등으로 구성된다.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단체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한 단체 관계자는 지난 8일 "이미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이 불러 2시간 넘게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회나 연맹은 규정에 따라서 항공편 이용을 하고 있다"면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단체 운영에 내는 회장이나 임원들이 규정을 무시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안세영 발언을 계기로 문체부가 체육회와 산하 단체들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안세영의 발언은 배드민턴협회와 관련한 문제인데 왜 잘 돌아가고 있는 다른 종목까지 들쑤시는 줄 모르겠다"면서 "상위 단체의 갑질이 아닌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체육회는 그동안 문체부와 수 차례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2월 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체육회 28차 이사회에서 "장재근 국가대표 진천 선수촌장이 4번이나 문서를 보냈는데도 문체부에서 올해 체육 예산을 아직도 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게 문체부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회장은 "문체부 장관이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고, 담당자 문책의 필요하다"고 강도 높은 발언까지 내놨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입국 후 인터뷰하는 모습.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 유 장관은 "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예산 지원 체계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체육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체부는 체육회의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 개정(안)을 문체부가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일단 체육회는 안세영 발언과 관련해 산하 단체인 배드민턴협회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양새다. 이 회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안세영이 뭔가 하고 싶은 얘기는 있는데 표현하는 방식에서 적절하지 않지 않았나. 그 표현 방법이 좀 서투르지 않았나 싶다"면서 "안세영에게 더 밀착 지원을 한 건 분명히 데이터에 다 나와 있고, 너무 한쪽에만 지원을 하면 국가대표는 물론 주니어와 상비군 등 300명에 이르는 다른 선수들은 또 오히려 차별한다는 의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아직 문체부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체육회의 입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연 안세영 발언이 불러온 파문이 어디까지 퍼질까. 체육회와 문체부의 대결까지 확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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